
올해 상반기 중국산 의류 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의류가 ‘택갈이’를 통해 국내산으로 둔갑하며 시장을 교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C커머스 대표주자 쉬인의 국내 이용자 수는 올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쉬인은 국내 토종 플랫폼인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을 빠르게 추격하며 패션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2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의류 수입 중량은 28만7029t, 금액은 48억2988만 달러에 달했다.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중량은 약 50%, 금액은 17억 달러(약 2조3600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내수침체로 패션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산 의류 수입은 확연히 늘었다.
중국 제품을 국내산으로 위장·유통하는 이른바 ‘택갈이’도 급증하는 추세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에서 2000원 안팎에 수입한 제품을 ‘고급 원단 사용’ 등 허위 문구를 앞세워 판매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쇼핑몰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10배 이상의 마진을 챙기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관세청이 올해 상반기 불법 수입품으로 적발한 310만점 가운데 170만점이 원산지 허위·미표시 때문이었고, 중국산 의류를 한국산으로 둔갑시키거나 두 나라 명칭을 병기한 경우가 다수였다.

쉬인의 확장세도 공격적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쉬인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75만명으로, 지난 1월 대비 3.9배 급증했다. 전년 동기 11위였던 쉬인의 패션·의류 업종 앱 순위는 6위로 뛰어올랐다. 와이즈앱·리테일 조사에서도 쉬인의 MAU는 220만명으로, 집계 이래 처음 200만명을 돌파했다.
쉬인에서 한국 소비자가 결제한 금액은 1인당 평균 약 10만원에 이른다. 초저가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도, 국내 패션플랫폼 에이블리(6만1000원)나 지그재그(7만원)의 1인당 평균 결제액을 훨씬 웃돈다. 수요에 따라 즉시 생산·공급하는 ‘온디맨드’ 시스템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비결로 꼽힌다. 수영복이나 웨딩드레스처럼 계절·시즌성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공급하며, 품질 우려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시장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패션업계는 전방위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물산·LF·한섬·신세계인터내셔날·코오롱FnC 등 대기업 5곳의 올해 1분기 매출은 모두 역성장했다. 플랫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매출 증가에도 15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뉴넥스(구 브랜디)는 매출이 66% 급감하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업계 1위 무신사는 성장 정체에 직면해 있다. 하반기부터 미국·일본·대만 등과 스토어 연동을 통한 ‘역직구’ 사업에 본격 착수하며 반전을 노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플랫폼이 미국에서 성장세가 꺾인 이후 한국 등의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며 “초저가와 빠른 기획력을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조·불법 수입 단속이 더 철저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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