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간을 막고 나섰다. 국가안보 기밀을 많이 담았다는 게 이유다. 미국 상원의 탄핵심리가 진행되면서 볼턴 전 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로 떠오르자 백악관이 볼턴의 입을 막기 위해 전방위 압력을 가하는 모양새다.
백악관은 볼턴이 오는 3월 17일 출간 예정인 ‘상황이 벌어진 방: 백악관 회고록’의 발간을 금지하고 나섰다고 CNN방송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은 볼턴이 보내온 원고를 예비검토한 결과 상당한 양의 기밀정보가 포함돼 있어 현재 상태로 출간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백악관에서 근무한 인사들은 서적을 출간할 경우 예비검토를 거쳐야 한다.
백악관은 지난 23일 볼턴의 변호사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달했다고 CNN은 전했다. 백악관은 “연방법과 당신의 의뢰인(볼턴)이 기밀정보 접근을 위해 서명했던 기밀유지 협약에 따라 이 원고는 기밀정보 삭제 없이는 출판 또는 공개가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 “(원고에 포함된) 일부 정보는 ‘1급 비밀’로 분류돼 있으며, 이들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불씨가 꺼져 가던 ‘트럼프 탄핵’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회고록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와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를 연계하기를 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기폭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볼턴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수년 전 유엔대사 인준을 받을 수 없었고, 그 이후 어떤 자리에도 인준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 나에게 상원 인준이 필요 없는 자리를 구걸했다”면서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지 말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에게 자리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5년 볼턴을 유엔 주재 미국대사로 지명했을 당시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와 일부 공화당 의원의 반발로 상원 인준이 어려워지자 상원 휴회기간을 틈타 임명을 강행한 일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은) 그 자리를 얻은 뒤 TV에서 실수로 ‘리비아 모델’을 말하고 더 많은 판단 착오를 했으며 해고를 당했다”면서 “솔직히 말해 내가 그의 말을 들었더라면 우리는 지금쯤 제6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리비아 모델은 ‘선(先) 핵 포기, 후(後) 보상’의 수순을 지칭하는 단어다.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 포기 후 비참하게 사망하면서 북한이 극도로 거부감을 나타내는 용어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비아 모델 언급은 북·미 대화 차질에 대한 책임을 강경론자 볼턴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백악관을) 나가자마자 끔찍하고 사실이 아닌 책을 쓰고 있다”면서 “(책 내용은) 국가안보 기밀이다. 누가 이런 짓을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CNN은 “트위터 글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원고의 내용을 아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상원 탄핵심리 증언을 막기 위해 행정특권을 사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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