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얻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 ‘세 가지’

입력:2020-01-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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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도 되는 목회 <2>

고웅영 목사(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1996년 군제대 후 수원대 4학년 재학 시절 예수전도단 소속 대학생들과 함께했다.

군 복무 중 하나님은 두 번째 위기에서 살려주셨다. 수원대 재학 시절 선교단체 모임을 개척하느라 입대를 미뤘다. 1993년 4학년 때 휴학을 하고 훈련소에 들어갔다. 소양강이 있는 강원도 인제군 원통에서 군 생활을 시작했다. 94년 여름 도하훈련 때였다. 급조한 뗏목에 기관총을 싣고 부사수와 함께 샛강을 건너고 있었다.

중간까지는 문제가 없었으나 갑자기 수심이 깊어졌다. 허공에서 발을 내딛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 “으악.” 나보다 키가 작았던 부사수가 겁을 먹고 물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게 보였다.

“내 손 꽉 잡아라. 놓치면 넌 죽는다.” 한 손으로는 부사수를, 한 손으로는 기관총을 잡았다. 하지만 수영을 못했던 나 역시 부사수와 함께 강물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아, 이러다 죽는 건가.’ 온몸으로 발버둥을 쳤지만 입안으로 강물이 쏟아 들어왔다. 죽음의 두려움이 엄습했다. 갑자기 머릿속에서는 지난날의 기억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주님, 도와주세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간절히 부르짖었다. 그때 무언가 강한 힘이 내 뒷덜미를 끌어당겼다. 잠시 후 나와 부사수는 죽음의 위기에서 빠져나왔다. 선임하사와 장병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구해 준 것이었다. 그날 내내 들이마신 강물을 토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요나의 기도를 들으신 것처럼 절박한 기도에 응답하셨다.

‘그래, 우리의 생명은 내 것이 아니다. 일생 끊임없이 하나님의 은혜로 매일의 생명을 부여받는다. 결국 그리스도인의 삶은 하루의 시간을 하나님께 받아 영원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평범하던 나에게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다른 말로 ‘포기함으로 얻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그것은 첫째 나에 대한 포기였다. 둘째는 내가 세운 계획의 포기였고 셋째는 내 소유에 대한 포기였다.

하나님은 먼저 나에 대한 포기를 가르쳐 주셨다. 서울 성남고 시절, 교회 생활 외에는 관심도 기쁨도 없었다. 1학년 때 “절대로 이과는 가지 말라”는 담임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이과를 선택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88년 학력고사를 쳤지만 입시에서 보기 좋게 떨어졌다. 재수하는 동안 문과로 전과했다. 내 삶의 여정에서 가장 추운 시간을 꼽는다면 냉랭하고 습한 서울 신림동 독서실에서 보낸 1년일 것이다.

이듬해 겨우 후기 대학의 국문과에 합격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보려는 마음은 없었다. 유년부 교사와 성가대원, 청년부 활동 등 교회 생활이 나에게 현실이었다. 그 밖의 삶은 모두 비현실이었다.

대학 생활 2년 동안 현실을 피하고 싶었다. 시집을 읽고 시 쓰는 일에 몰두했다. 그 결과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렇게 특별할 것 없는 나에게 주님은 포기를 가르치셨다. 그것은 ‘나는 특별한 것이 없는 존재’라는 잘못된 생각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91년 2월이었다. 같은 과 친구가 말을 걸었다. “웅영아, 나랑 같이 꼭 가야 할 곳이 있다.” “어딘데.” “예수전도단이라고 들어봤어?” “어디 전도단?” 친구와 함께 당시 서울 덕수궁 근처 구세군회관에서 열린 예수전도단 대학부 금요모임에 참가했다. 일찍 갔는데도 목조건물 2층 예배실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었다. 열정적인 기도와 찬양, 그리고 뜨거운 갈망으로 가득했다.

‘아니, 이렇게 많은 대학생이 금요일 저녁 교회가 아닌 곳에서 모이고 있다니.’ 한없이 행복하게 예배드리는 또래 청년들의 모습을 처음 봤다. 주님은 그날 예배 속에서 나를 만지셨고 내 영을 회복시키셨다.

그날부터 내 삶은 180도 변화됐다. 대학에 예수전도단 모임을 개척하기 위해 매일 아침 학교 잔디밭에서 묵상 모임을 가졌다.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과 화장실을 돌며 예수전도단 모임을 알리는 전도지를 뿌렸다. 학교 정문에선 찬양했다.

92년 예수전도단 여름 전도학교에서 하나님은 시편 2편 7~9절의 말씀을 주셨다. 그리고 ‘열방’이라는 유업을 주셨다. 그 후로 선교사님들이 선교지로 나가라고 콜링하는 시간마다 일어섰다.

이처럼 하나님은 잘못된 자아상을 포기하고 당신의 그림을 받아들이게 하셨다. 하나님이 나를 그토록 중요하고 특별하게 여기셨다. 하나님을 만나면 모든 사람이 특별해지고 존귀하게 되며 세상의 유일한 존재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