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을 갈아탈까, 말까?’ 새해 들어 실손보험 보험료가 인상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가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초 이른바 ‘구(舊)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보험’의 보험료는 9%가량 인상될 예정이다. 2009년 10월 이전에 팔린 실손보험을 ‘구실손보험’이라고 부른다. 2009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팔린 상품은 통상 ‘표준화실손보험’이라고 한다.
구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의료비 가운데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적거나 아예 없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대신 2017년 4월 이후 판매되고 있는 ‘신(新)실손보험’보다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데 올해 구실손·표준화실손보험의 보험료가 오른 만큼 신실손보험의 보험료는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질 예정이다. 보험사들은 신실손보험을 ‘착한 실손’이라 부르면서 “이번 기회를 맞아 더 저렴한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라”고 권한다.
오래 전에 실손보험을 들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유리할까. 가입자들은 먼저 상품 특성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구실손보험의 경우 보험사마다 상품 약관이 각각 다르다. 대체로 입원의료비는 최대 1억원까지 보장되고, 자기부담금 비율이 0%인 상품도 많다. 이후 약관이 하나로 통일된 표준화실손보험이 등장하면서 자기부담금은 10% 수준으로 올랐고, 보험료가 3년마다 갱신되는 상품이 많아졌다. 신실손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최고 35% 저렴하고, 2년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의 경우 보험료가 10% 가량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반면 과잉진료 항목으로 거론되는 도수치료, 비급여 MRI 등은 특약으로 분리해 자기부담금을 30%까지 높였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 갈아타기’를 대체로 만류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실손보험에 대해 보험사가 ‘잘못 만든 상품’ ‘실패작’이라고 자조하는데, 이는 보험 가입자에겐 그만큼 좋은 상품이란 의미”라며 “자기부담금이 낮은 상품의 경우 해지하지 말고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보험은 추후 다시 가입하고 싶어도 판매 자체가 끝났기 때문에 갈아타기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병원을 자주 가지 않거나, 보험료 인상이 부담스럽다면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기부담금이 낮아 과잉진료 우려가 높은 구실손·표준화실손보험의 보험료는 꾸준히 인상될 전망이다. 이 경우 신실손보험과의 보험료 차이도 점점 벌어지게 된다. 현재 표준화실손보험에 가입한 40세 남성이 월 보험료를 2만5467원 내고 있는데,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타면 부담이 월 1만4794원으로 낮아질 수 있다. 만약 60세가 되면 월 보험료는 각각 17만1329원, 9만9527원으로 차이가 더 벌어진다. 연간 보험료가 10% 인상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금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40대나 병원을 자주 가지 않는 분들,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분들은 갈아타는 걸 권하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의료 이용량과 보험료 지출액을 잘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예전 상품일수록 좋다’는 격언이 있다. 자신의 진료비 지출내역과 연간 보험료를 잘 비교한 뒤 자기부담금이 별로 없는 상품은 계속 붙잡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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