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한국이 기독교 강국이 된 건 누군가 한 알의 밀알이 돼 썩었기 때문이다. 1832년 조선 땅을 처음 밟은 귀츨라프 선교사를 시작으로 한국의 복음화를 위해 유럽 미국 등지에서 선교사들이 조선을 찾아왔다. 이 귀한 사역은 본국에서 선교사를 보내고 물질과 기도로 지원한 성도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선교는 몸으로 직접 가는 선교와 물질과 기도로 동역하는, 보내는 선교로 나뉜다. 선교지로서 복음을 접하고 하나님 백성이 된 우리나라가 이제는 다시 열방을 향해 선교사를 보내고 물질과 기도로 동역하고 있다.
선교지로 가는 선교사·보내는 선교사와는 또 다른 모양의 선교현장이 있다. 국내체류 외국인이다. 2016년에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 다문화시대를 맞이했다. 202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외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다양한 나라에서 유학이나 취업 결혼 등 다양한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찾아와 살고 있지만 동일하게 복음이 필요한 선교의 대상이다.
인구 26만의 소도시인 경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도 2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2018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경산에는 지역 내에 13개의 대학이 있고 5000명 넘는 외국인 유학생이 있다. 주말이 되면 생필품을 사고 정보를 주고받고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외국인들로 경산시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이쯤 되니 시장상인들 또한 서너 개 나라의 인사말은 기본으로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들에게는 정착을 도울 손길도 필요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교제하는 공동체가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복음이기에 경산중앙교회는 다양한 언어권의 예배와 사역을 진행한다. 경산중앙교회의 영어예배부는 GEM(Gyeongsan Joongang English Ministry)이라 불린다. 미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서 찾아온 유학생과 근로자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서로를 돕는 아름다운 공동체다.
매주 뜨거운 찬양으로 예배를 시작하고 스탠딩 펠로우십으로 교제하며 한국어 수업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사마리아 펀드’를 만들어 어려움에 처한 지체를 도왔는데 외국인들 사이에 선한 나눔의 공동체라고 소문이 나기도 했다. 학기가 개강하면 외국인과 교사 20명이 학교 내 캠퍼스, 대형마트의 번화가, 시장 등에서 노방전도를 펼친다.
중국인 유학생과 근로자들의 생활고를 해결해 주면서 2007년 중국어 예배부 모임이 시작됐다. 당시 부서를 담당했던 교역자 부부는 이들의 보모 같았다. 교회 내 의사 성도들은 이들의 주치의가 됐고, 누군가는 차량으로 발이 돼줬다. 머지않아 삶의 문제들이 해결된 자리에 복음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함께 예배하며 말씀으로 훈련했고 한국 내 비전 트립을 다녀온 후에는 그들의 고국인 중국을 가슴에 품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교사들과 함께 중국으로 대심방을 떠났다. 하루에 2000km 이상을 달리며 그들의 가정을 방문하고 신앙을 다시 세우고 가족에게 복음을 전했다.
지난 15년간 경산중앙교회 중예부를 다녀간 지체들은 500명이 넘는다. 그중 중국 난징에서 온 A형제는 목회자로 헌신했고 10년 뒤 선교사로 파송 받기 위해 당시 담당 교역자를 찾아와 기도를 받고 떠났다. 지금은 로고스호를 타고 세계를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캄보디아어 예배부는 경산중앙교회의 세 번째 외국어 예배다. 누구보다 캄보디아인을 잘 이해하는 캄보디아 선교사와 캄보디아인 부부를 중심으로 캄보디아어 예배가 시작됐다. 참여하는 성도들은 고국을 떠나 산업현장에 뛰어든 근로자다. 대부분 어린나이에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 그래서 두세 시간 떨어진 지역에서 오는 성도도 있다. 예배 외에도 한국어 피아노 컴퓨터 영어 운전 등을 가르쳐 정착을 돕고 자체 영아부를 운영해 자녀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준다. 언제부턴가 노방전도를 시작했고 고국으로 단기선교를 떠난다. 교회 전도행사인 진군식에 참여해 고국의 문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다른 언어권은 아니지만, 수어를 쓰는 공동체가 있다. 바로 농아인들이다. 2002년에 예배를 드리러 오신 1명의 농아인을 위해 경산중앙교회는 수어통역서비스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지역 내에 점차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방문하는 농아인들의 수 또한 늘어갔다. 지역을 넘어 해외에서도 교류와 탐방을 위해 교회를 찾아오기도 한다.
농아인 수어 예배부는 2008년부터 경산중앙교회의 정식 부서로서 연인원 500명 이상의 성도를 섬기고 있다. 농아인들도 선교를 할 수 있을까. 육신의 불편함으로 제약이 있지만, 경산중앙교회의 농아인 선교팀은 2019년 여름 캄보디아로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마침 캄보디아 농아인 사회에 한류를 타고 한국어수어를 배우는 열풍이 불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뜨겁고 열정적인 예배를 드리고 노방전도를 하며 각기 준비한 사역으로 지역을 섬겼다. 새해에는 지역 내 지적발달장애인을 위한 ‘소망부’를 개설해 가족과 함께 예배할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참여의 기회를 만들고 베트남어 예배부 등 다양한 언어권의 예배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불출호 지천하(不出戶 知天下)라는 말이 있다. 집을 나서지 않고도 천하를 본다는 의미다. 바둑 프로8단의 별칭인 자조의 경지에 이르면 가만히 앉아 모든 변화를 꿰뚫는다는 말이다. 경산중앙교회가 시골에서 세계를 품을 수 있었던 것은 경산으로 찾아온 외국인을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영혼이 찾아올 때 그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성도들이 헌신하고 예배의 공동체를 만들어갔다. 결국 한 영혼의 철학은 시골의 제한을 넘어 세계를 품게 한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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