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조사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격에 나섰다. 그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몰고 온 내부고발자와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이 사전에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시프는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 관계인 뉴욕타임스(NYT) 기사가 역공의 단초를 제공했다. NYT는 중앙정보국(CIA) 소속의 내부고발자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전 하원 정보위원회 보좌관을 만나 이 사건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보좌관은 위원회 절차에 따라 내부고발자에게 변호인을 구하고 고발장을 낼 것을 제안했고, 내부고발자가 제공한 정보의 일부를 시프 위원장과 공유했다. NYT 기사의 핵심은 시프 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불붙기 전에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보좌관은 시프 위원장에게 내부고발자의 신원은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프 위원장의 대변인 패트릭 볼랜드는 “다른 내부고발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내부고발자는 정보기관의 관할 내에서 발생한 범법 추정 행위를 보고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를 얻기 위해 위원회와 접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내부고발자와 시프 위원장이 한통속이라고 낙인찍는 데 주력했다. 백악관도 보도자료를 내고 “내부고발자가 고발장을 작성하기 전 하원 민주당원들과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NYT 기사가 출력된 A4지를 흔들면서 “빅 스토리”라며 반겼고, “NYT가 이런 기사를 쓸 줄은 몰랐다”고 기뻐했다. 또 NYT 기사 관련한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고맙다”는 말까지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시프 위원장)는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알고 있었고, 그것(고발장)의 작성을 도왔다”면서 “사기”라고 공격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추가 질문을 던지려는 기자와 입씨름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핀란드 대통령)에게 질문하라”고 피하다가 기자가 계속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려 하자 “무례하게 굴지 마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우크라이나 통화 관련 문서를 확보하기 위해 백악관에 소환장을 보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낸시) 펠로시(하원의장)는 소환장을 마치 쿠키처럼 나눠준다”고 비꼬았다. 트위터를 통해서도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트위터 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민주당원들은 ‘헛소리’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고 비난하며 “민주당이 대선을 훔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시프 위원장을 하류 인생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속어를 남발하고, 언론과 언쟁을 벌이는 등 ‘격분의 날’을 보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거리를 두고 있던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오랜만에 트럼프 대통령 공격에 나섰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유세에서 “그(트럼프)는 내가 내년 11월 대선에서 그를 심하게 꺾을까봐 겁을 먹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 “제정신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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