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1일 4차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레임덕을 막고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개헌 추진에 나서기 위해서다. 하지만 채 1주일도 되지 않아 이곳저곳에서 각료의 발언을 둘러싼 실소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세 번의 개각 때마다 각료의 실언과 의혹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과거가 반복된 셈이다. 오히려 문제가 터져 나오는 시점은 빨라진 모습이다.
기타무라 세이고 지방창생상은 지난 14일 고향인 나가사키현 사세보시(市)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부 주민이 반대하고 있는 이시키댐 건설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위해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희생을 “적극적인 자원봉사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기타무라 창생상의 발언은 주민의 뜻과 상관없이 강제로라도 토지를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보여주는 데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이어서 논란을 일으켰다. 야당인 자유당의 오자와 이치로 공동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역시 아베 정권은 2차대전 정치의 복사판이다. 국민보다 국가나 정치를 우선시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기타무라 창생상은 16일 아사히신문에 “세상은 서로 희생정신을 발휘하고 도우면서 돌아간다는 일반론을 이야기했다”고 해명했다.
다케모토 나오카즈 과학기술·IT 담당상은 ‘컴맹’임을 자인했다. 78세인 다케모토 과학기술·IT 담당상은 취임 직후 “내 공식 사이트가 왜 잠겨 있는지 모르겠다. 몇 달째 열람할 수 없다”고 하더니 16일엔 “행정절차의 디지털화와 함께 서면에 날인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도장 문화의 양립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다케모토 과학기술·IT 담당상은 ‘일본의 도장제도와 문화를 지키는 의원연맹’(약칭 도장의원연맹) 회장이다.
디지털화를 이끄는 주무부처 수장의 이런 발언에 SNS에서는 “지금이 몇 세기인데 아직도 도장을 찍고 있냐”는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 “컴맹인 78세 할아버지가 과학기술·IT 담당상에 과연 맞는다고 보는가”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앞서 3차 내각에서도 사쿠라다 요시타카 올림픽 및 사이버보안전략 담당상이 컴맹이어서 비웃음을 받다가 사임한 적이 있다.
반면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겸 원자력방재 담당상은 조금 다른 논란을 만들고 있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하라다 요시아키 전임 환경상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에 대해 사과했는데 이 때문에 비판받고 있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아베 내각과 달리 부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나라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탈원전 지지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본의 정계나 우익 언론은 잇따라 고이즈미 환경상의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은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이해하지만 탈원전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하라다 전 환경상도 오염수의 바다 방출에 대해 “누군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버리는 돌이 되어도 좋다”면서 자신을 희생한 듯한 발언을 했다. 또 일본유신회를 이끄는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시장은 “고이즈미 환경상이 스스로 환경성이 할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아직 경험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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