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30일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곳이 신청한 지정 취소 집행정지 처분을 받아들여 순항하는 것처럼 보였던 문재인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들 자사고는 교육 당국을 상대로 낸 취소 불복 소송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8일에는 부산 해운대고와 경기도 안산동산고가 같은 결정을 법원에서 받았다. 이로써 교육 당국이 올해 폐지하려 했던 자사고 모두 내년도 입학생을 계획대로 뽑을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6·14부는 서울 경희고 한대부고 중앙고 이대부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들은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집행으로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우려가 있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있다”며 “집행 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북 상산고를 포함해 각 시도교육청이 올해 지정을 취소한 자사고는 지위를 유지하면서 내년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됐다. 상산고는 전북교육청 지정 취소 결정을 교육부가 지난달 26일 ‘부동의’해 자사고로 남았다. 부산 해운대고와 안산 동산고도 지난 28일 각각 부산지법과 수원지법에서 지정 취소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올해 자사고 지위를 잃은 학교는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서울 경문고와 전북의 군산 중앙고·익산 남성고, 대구의 경일여고다. 교육 당국에 의해 타의로 당장 자사고 지위를 잃는 곳은 하나도 없게 됐다.
이런 결과는 교육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며 자사고 폐지 정책을 추진했지만 상산고와 같은 전국 단위 자사고는 지역 여론에 밀려 폐지하지 못했다. 이명박정부 당시 자사고로 전환한 학교만 타깃으로 삼아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초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9일 서울 경희고 등에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다. 서울자사고학교장연합회는 1개월 뒤인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에 본안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다. 자사고들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나중에 승소하더라도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재정이 악화하는 것은 물론 자사고 정체성을 회복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본안 소송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