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6세 유튜버 이보람양의 가족회사 보람패밀리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5층 빌딩을 95억원에 사들였다는 뉴스가 지난 23일 나오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채팅방은 탄성과 부러움에 들끓었다.
특히 직장인들은 ‘하루하루 아등바등 버티는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현자타임(현실 자각의 시간)이 온다’는 등 부러움과 상대적 박탈감을 쏟아냈다.
전 세계적 인지도와 함께 한국 유튜브 채널 중 광고수익 1위를 기록해 온 보람튜브의 인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재미있는 건 4차산업 블루오션을 개척해 성공신화를 쓴 보람패밀리가 ‘강남’에 수십억대 ‘건물 투자’를 하고서야 비로소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보람패밀리의 수익과 재력에 대한 질시 한편에는 여전히 전통적 투자 관점에서 ‘제 1옵션’인 부동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자리하고 있다. 좀 더 들여다보면 뉴미디어로 돈벌이를 하더라도 결국 대한민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안정자산은 부동산이라는 역설적 현실을 보여준다. 정부가 수년째 규제를 쏟아내는 와중에도 서울에 10억원짜리 집 한 채 가지면 일단 ‘성공한 삶’이라는 세간의 기준에서, 이미 업계 1위인 유튜브 재벌은 ‘강남 빌딩’ 하나로 비로소 성공의 상징으로 재조명됐다. 24일에는 가수 이효리가 2년 사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제주도 집을 판 데 이어 최근 논현동 주택도 매각해 73억원에 달하는 매각자산을 손에 쥐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과거 방송에서 “재산이 몇 천억원 이렇게 있는 건 아니지만 돈이 생기면 집을 한 채씩 사뒀는데 돈이 떨어지면 한 채씩 팔아서 쓴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물주 위에 갓물주’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건물주가 만인의 동경의 대상인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수십억원을 쉬이 사고파는 이들의 소식에 배가 아프지만, 지금이라도 부동산 재테크로 안락한 노후를 보장받고 싶어하는 게 평범한 직장인들의 속내이기도 하다. 단순히 ‘집에 사는’ 것을 넘어 집 덕분에 ‘잘 살고’ 싶어하는 이들을 투기 수요로 비난하고, 규제로 묶어놓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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