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4%로 추산했다. 지난해 11월 내놨던 전망치에서 0.2% 포인트나 하향조정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반도체 가격 조정에 따른 수출 감소, 민간소비 둔화, 설비·건설 투자 감소 등 대부분 거시경제지표에 걸쳐 ‘암울한 전망’을 제시했다.
산업연구원은 24일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하향조정한 주된 원인으로 수출을 지목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로 내다봤었다. 정부도 다음 달 초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성장률을 2.5% 이하로 낮추는 걸 고심할 수밖에 없다. 앞서 정부는 2.6~2.7% 성장을 예상했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5.9%나 감소할 것으로 판단했다. 주력품목인 반도체의 가격 하락세는 하반기 들어 조금씩 둔화하겠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길어지면서 타격을 줄 것으로 봤다. 올해 수출액은 5692억 달러로 지난해 처음으로 넘었던 6000억 달러 선을 지키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수입액도 함께 줄지만(-1.5%), 수출액 감소폭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421억 달러로 전년보다 39.6% 급감할 것으로 관측했다.
산업연구원은 13대 주력산업 가운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정보통신기기, 가전, 섬유, 석유화학, 정유, 철강 등은 수출 감소세를 지속한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와 조선, 일반기계, 음식료 산업 수출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이차전지 산업만 10%를 넘는 수출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른 지표도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수출이 부진할 때 이를 상쇄해야 할 민간소비는 지난해보다 0.4% 포인트 낮아진 2.4% 증가하는 데 그친다. 산업연구원은 정부의 소득증대 정책이 주로 소비여력이 약한 고령층 고용정책에 집중돼 있고, 전반적인 소비심리도 약하다고 봤다. 투자도 얼어붙고 있다. 올해 건설과 설비투자는 각각 -3.3%, -6.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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