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LA 다저스)이 지독한 ‘아홉수’를 겪고 있다. 줄곧 놀라운 피칭을 보여주고 있지만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계속해서 개인 통산 50승과 시즌 10승 고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7피안타 2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했다. 물론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2-2로 맞선 8회초 마운드를 로스 스트리플링에 넘기며 또다시 승수 쌓기에 실패했다. 지난 11일 LA 에인절스전 때는 불펜이 승리를 날린 반면, 이번엔 수비와 팀 타선이 말썽이었다.
류현진은 1-0으로 앞서던 6회초 3루수 저스틴 터너가 송구 실책을 범해 선두 타자 하비에르 바에스를 내보냈다. 이어 크리스 브라이언트에 안타를 맞아 무사 1, 3루의 위기에 몰렸다. 류현진은 앤서니 리조를 3루수 직선타로 잡았지만 윌슨 콘트레라스에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계속된 1사 1, 3루에서 데이비드 보트에 희생플라이로 역전까지 허용했다. 이어 앨버트 알모라 주니어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2사 1, 2루가 됐지만 제이슨 헤이워드를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벗어났다. 실책이 빌미가 돼 두 점을 내줘 류현진의 자책점은 ‘제로’였다.
타선 지원도 부족했다. 다저스 타선은 이날 상대 선발 호세 퀸타나를 상대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6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얻어냈지만 단 2점을 내는데 그쳤다. 그나마 코디 벨린저가 역전을 허용한 직후인 6회말 동점 솔로포를 때린 게 위안거리였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한 점을 더 내 3대 2로 승리했다.
이에 류현진은 시즌 9승으로 루카스 지올리토(시카고 화이트삭스), 제이크 오도리지(미네소타 트윈스·이상 10승)에 이어 메이저리그 다승 공동 3위에 머물게 됐다. 내셔널리그에선 여전히 다승 부문 단독 선두지만 잭 그레인키(애리조나)와 브랜던 우드러프(밀워키 브루어스·이상 8승)에 추격을 당하고 있다. 그래도 류현진은 덤덤했다. 류현진은 “지금 워낙 잘 되고 있고 초반에 많이 승리한 것 같아서 전혀 아쉽지 않다”면서 “팀이 이길 수 있게 선발투수로서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그건 해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류현진은 그러나 평균자책점 부문에선 역사적 기록을 써내고 있다. 1.36에서 1.26까지 더 낮추며 여전히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질주 중이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언론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는 “1912년 이래 시즌 개막 이후 14경기 평균자책점에서 류현진이 역대 다저스 선발 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또 올 시즌 류현진은 등판한 14경기 모두에서 ‘2실점, 1볼넷 이하’를 기록해 해당 부문 메이저리그 역대 1위에 올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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