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자금난에 시달리는 영세 자영업자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금융 당국이 ‘개인사업자 신용조회업(CB)’을 새로 만들고 신용카드사에 이를 겸업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카드사가 가진 가맹점 매출내역과 상권 정보 등을 분석하면 더욱 정교한 신용등급 평가가 가능해진다. 정확한 신용평가를 받지 못해 제1 금융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소상공인들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조만간 마무리하고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출 등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해 낮은 신용등급을 받거나 아예 등급을 받지 못했던 영세 자영업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여주겠다는 취지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카드업계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그동안 소상공인들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 신용대출이나 부동산담보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신용보증재단 등을 통해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이 넓어졌지만, 자격 요건이 되지 않거나 급하게 돈이 필요해 제2 금융권, 사금융에 손을 뻗는 사례도 많다. 금융 당국은 이런 ‘돈맥경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소규모 온라인 판매사업자에 한해 매출채권을 담보로 카드사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온라인 판매 과정에 결제대행업체(PG) 등을 통하는 경우 자금 정산이 보름 뒤에나 늦게 이뤄지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 당국은 이런 대출방식의 실효성과 부작용 등도 살펴보고 있다.
대출시장에서 영세 자영업자나 사회초년생들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틈새시장’으로 떠올랐다. 특히 핀테크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다. 보유 부채와 상환 이력을 주로 따졌던 기존 대출 관행 대신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하면 영세 자영업자, 사회초년생 등에게 대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예비인가를 신청하면서 “1000만명 이상의 중신용자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개인의 계좌·카드 소비내역, 부동산·펀드 투자 등을 분석해 더욱 정교하게 신용을 평가한 뒤 소액·단기 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토스 측은 “배달 중개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 등과 업무를 협력해 대출받기 어려웠던 도·소매업체와 음식점, 온라인 판매사업자 등을 고객으로 확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의 ‘손잡기’도 활발하다. 핀테크 기업 팝펀딩과 IBK기업은행은 온라인 판매자의 재고 재산,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대출 심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카드도 핀테크 업체 크레파스솔루션과 함께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한 해외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기반 대출 심사를 하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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