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天弓)’ 1발이 지난 18일 공중에서 자폭한 사고는 정비요원 실수 탓이었다. 정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15억원짜리 유도탄 1발을 허공에 날린 것이다.
공군은 21일 “천궁유도탄의 발사대 기능을 점검하던 중 정비요원들이 케이블 분리, 연결 절차를 지키지 않아 비정상 발사된 것”이라고 사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정비작업을 할 때 유도탄에 연결된 노란색 작전용 케이블을 분리한 뒤 3m 길이의 흰색 시험용 케이블로 갈아끼워야 하는데 당시 정비요원들은 이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정비요원들은 작전용 케이블이 유도탄에 연결돼 있는 줄 모르고 노트북 컴퓨터에 발사신호를 입력했다.
공군은 정비요원들을 중징계하고, 3개월마다 이뤄지는 정비 매뉴얼도 세분화할 방침이다. 이번에 사고를 낸 정비반은 정비 경력 15년 이상의 반장 A원사와 B상사 등 부사관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군 관계자는 “문책위원회를 열어 징계 범위와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공군은 천궁 무기체계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천궁유도탄은 정상적으로 운용될 계획이다.
천궁유도탄 1발은 지난 18일 오전 10시38분쯤 강원도 춘천의 대룡산 인근 공군부대에서 연간 계획에 따라 정비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발사돼 공중에서 자폭했다. 천궁유도탄은 목표물을 설정하지 않을 경우 자폭하도록 설계돼 있다. 자동폭발 시스템에 의해 발사된 지 3.5초 만에 자폭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공군은 사고 직후 공군작전사령부와 국방과학연구소, 천궁 제조사인 LIG넥스원, 국방기술품질원 등이 참여하는 민·관·군 합동조사단을 꾸려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천궁은 적 항공기와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체계로,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린다. 1개 발사대당 유도탄 8발을 탑재해 수초간 여러 발을 발사하는 기능을 갖췄다. 여러 방향으로 접근하는 적 항공기와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다. 사거리는 40㎞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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