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號, 그물수비로 NBA 클락슨 잡았다

남자농구, 필리핀 91-82 꺾고 4강
라건아 30득점 14리바운드 폭발, 김선형 개인기·전준범 3점슛 ‘펄펄’
협력수비에 슈퍼스타도 허둥지둥

아시안게임을 떠들썩하게 만든 미국프로농구(NBA)의 조던 클락슨을 집에 보낸 건 한국의 협력 수비였다. 한국은 클락슨의 필리핀을 상대로 맨투맨, 지역방어, 드롭존(변형 수비) 등 다양한 수비 전술을 펼쳐 승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4강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뒤 “클락슨이 정말 빠르고 잘하더라”면서도 “농구는 5명이 하는 팀플레이”라고 입을 모았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 대표팀은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바스켓홀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8강전에서 91대 82로 승리했다. 매 쿼터 접전을 펼쳤지만 가장 중요한 4쿼터에서 27-17로 우위를 기록했다. 김선형과 라건아의 2대 2 플레이가 경기 막판 살아난 덕분이었다. 라건아는 1분여만 쉬는 투혼 속에 30득점 14리바운드로 양팀 선수들 중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NBA 리거로서 관심을 한몸에 받은 클락슨은 첫 4개의 야투를 모두 실패했다. 자신 있게 던진 3점슛들이 잇따라 림 앞쪽을 맞고 나왔다. 김선형은 경기 이후 “클락슨이 우리의 지역방어를 깰 해법으로 3점슛을 들고 나온 듯했는데, 처음에 슛이 안 들어가며 리듬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 한국 선수들은 공격 때에도 클락슨을 잘 공략했다. 클락슨은 허일영의 3점슛 시도를 막으려다 득점 인정 반칙을 범하며 4점 플레이를 허용했다. 이정현과 라건아의 엘리우프 플레이까지 성공하면서 한국은 14-5로 앞서갔다. 라건아는 공격리바운드를 적극적으로 걷어내며 한국의 공격을 도왔다.

필리핀은 2쿼터부터 스탠리 프링글의 돌파가 살아나며 분위기를 조금씩 바꿨다. 2쿼터 투입된 허웅이 3점슛을 던져 달아났지만, 필리핀은 클락슨으로 맞불을 놓았다. 3쿼터 초반까지 프링글과 클락슨의 활약이 이어지며 필리핀은 한국을 한때 8점 차로 리드했다. 이승현과 라건아가 골밑에서 분전했지만 점수차는 좀체 줄지 않았다.

경기 막판 한국을 살린 건 김선형과 전준범이었다. 전준범은 4쿼터에만 3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김선형은 클락슨을 앞에 두고서도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돌파 득점, 어시스트를 계속했다. 한국은 조급해 하는 필리핀을 상대로 속공을 몰아쳤다. 김선형의 노룩 패스를 받은 라건아가 투핸드 덩크를 성공시키자 클락슨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멈춰 섰다.

25득점을 올린 클락슨은 종료 이후 한국 선수들과 일일이 인사했다. 이승현은 클락슨에 대해 “역시 최고 리그에서 뛰는 선수라서 빠르고 잘 하더라”면서도 “하지만 농구는 팀 플레이다. 우리가 수비나 다른 부분에서 잘 해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형도 “아무리 NBA 선수라도 2∼3명의 선수가 붙으면 어떻게 할 수 없다. 우리가 그런 수비를 잘 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허재 감독은 “변형 수비가 상대 찬스를 저지했다”며 “준결승전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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