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성범죄 철저 조사”… 남성 중심 문화도 바꾼다

檢, 성추행 조사단 구성… 단장에 1호 여성 검사장 조희진

사건 진상 심도있게 파악
재발 방지책 마련이 목적
개혁위, 전수조사 권고

“지침보다 검찰문화 문제
피해신고할 창구 있어도
실질 효과 없으면 말 못해”

대검찰청이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사흘 만에 공식 조사단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사태 수습에 나섰다. 검찰 창설 후 첫 여성 검사장에 오른 조희진(56·사법연수원 19기·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성추행 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 조사단’ 단장을 맡았다. 조 지검장은 31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주재한 검사장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남녀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한 조직문화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회의에서 조 지검장에게 “일절 의혹이 없도록 진상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문 총장은 전날 조 지검장에게 직접 “이번 사건의 진상 조사를 맡아 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번 사태가 검찰 내부 문제를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양성평등 관점에서 어느 한 성(性)이 다른 성에 의해 억압되고 참고 지내야 하는 문화를 단절하기 위해 조사단을 꾸린다”고 밝혔다. 주영환 대검 대변인은 “젠더 감수성 측면에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심도 있게 파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젠더 감수성은 서로 다른 성별의 입장이나 생각을 이해하려는 감수성을 의미한다. 남성 위주 문화였던 검찰 내부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조사단 부단장에는 여성정책 부서 근무 경험이 있는 여성 부장검사 등이 보임된다. 여성·성폭력 분야 공인 전문 검사와 더불어 대검 감찰본부 연구관과 여성 수사관 등이 10명 안팎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조사단 사무실은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다.

조사단은 서 검사 사건만 아니라 검찰 내 성범죄 피해 사례 전반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이어 검찰 문화 개선 등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

대검은 이번 조사를 통해 검찰 내 성범죄를 철저히 파악하고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주 대변인은 “조사 시한을 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의) 공소시효를 운운하며 조사 범위를 좁힐 필요도 없다”고 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 내 성폭력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권고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회도 대검 진상조사단에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상설 전담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문 총장은 “위원회 권고안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2010년 전후로 여러 차례 공무원 행동 강령과 범죄·비위 처리 지침 등을 개정했지만 서 검사의 성추행 피해를 막지 못했다. 서울의 한 여검사는 “지침보다 문화의 문제”라며 “성범죄 피해를 신고할 창구가 있어도 얘기해 봤자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분위기라면 피해자들이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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