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생활주택 88%는 지진 취약한 필로티 구조

1∼2인 가구 급격한 증가로
단지형 연립·원룸형 주택 등
2009년 도입한 새 주택유형

서울시 저층주택 39만동 중
88%가 내진 성능 확보 안돼
3층 이하 지진 피해대책 시급

포항 지진 발생으로 건축물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도시형 생활주택의 90%가량이 지진 발생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로 돼 있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서울의 경우 내진설계가 필요한 주택 10곳 가운데 9곳이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않아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도시형 생활주택 안전실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1만3933단지 중 1만2321단지(88.4%)가 지진에 약한 필로티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2009년 5월 정부가 도입한 새로운 주택 유형이다. 단지형 연립주택, 단지형 다세대주택, 원룸형 주택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전용 면적 85㎡ 이하 300가구 미만의 규모로, 도시지역에서만 지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주택 대부분이 필로티 건축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로티는 일반적으로 지상층에 면한 부분에 기둥과 내력벽 등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체 외에 외벽이나 설비 등을 설치하지 않고 개방해 놓은 구조를 말한다. 사생활 보호와 층간소음 갈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2002년 주택의 주차 기준이 강화되면서 필로티가 대유행했다.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것보다 필로티 구조가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현재 상가건물과 주거공간이 함께 있는 상당수 건물들은 이 같은 구조로 설계돼 있다. 다만 건물 전체를 지탱하는 하부 층이 약하기 때문에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이번 포항 지진에서도 필로티 구조의 위험성은 여실히 드러났다.

미흡한 내진설계도 문제다. 현재 서울시내 저층 주택 39만5668동 중 내진설계 대상은 12만6116동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내진 성능이 확보된 건축물은 1만5954동(12.4%)에 불과하다.

지진 관련 법령 정비가 지지부진했던 탓이 크다. 한국에서 건축물 내진설계 의무화가 적용된 시기는 1988년으로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하도록 했다.

이어 2005년 이후 3층 이상 또는 1000㎡ 이상으로, 2015년엔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인 모든 건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그러나 2015년 12월 기준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은 전체의 6.8%에 불과했다. 이에 국토부는 내진설계 적용 대상을 ‘2층 또는 200㎡ 이상 건물’로 확대한 건축법 시행령을 지난 2월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1988년 이전 건물은 사실상 지진 피해에 무방비 상태다.

현재 국토부는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을 유도하고자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건폐율과 용적률을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지진파의 특성상 고주파 영역에 에너지가 집중돼 지진이 고층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만 서민이 많이 사는 3층 이하 저층 건물은 피해 가능성이 높다”며 “필로티 구조 개선안을 포함해 저층 주택 지진 피해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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