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무도’의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특집 소식이 전해졌을 때 ‘재미만을 위한 기획’일 거라는 섣부른 예측이 많았다. 지난 13일 방송된 1편만 해도 현지 놀이기구를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다. 20일 방송된 두 번째 편에서 제작진의 진짜 의도가 드러났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발자취를 되새겨 보자는 것이었다.
방송은 조국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안창호 선생의 삶에 대해 다뤘다.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지점들을 찬찬히 짚어나갔다.
LA 코리아타운의 인터체인지, 우체국, 한인회관에 안창호 선생의 흔적이 생생했다. 모두 그의 이름을 따 명명된 곳들이었다. 남가주대(USC) 한인연구소에는 안창호 선생의 가족이 살던 자택이 복원돼 있었다. 그의 큰 아들이자 할리우드 진출 동양인 1호 배우인 필립 안은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무도’ 멤버들은 안창호 선생의 3남2녀 중 막내아들인 안필영씨를 직접 찾았다. 대한인국민회 총회관에서 만난 안씨는 “난 아버지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 분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안창호 선생의 외손자인 필립 안 커디와의 만남도 성사됐다. ‘무도’ 멤버들을 자택에 초대한 커디는 소중히 보관해온 역사 자료들을 꺼내놓고 외조부 삶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우리 기억 속에 도산은 가장 순수한 애국자고,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한 분으로 남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얘기를 듣던 유재석은 “몰랐다. 죄송하고 부끄럽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하·정준하·광희·양세형 등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껏 우리가 얼마나 역사에 무관심했는지, 그 부끄러움을 절실히 일깨우는 순간이었다.
최근 몇몇 연예인의 역사의식이 도마에 올랐다.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걸그룹 소녀시대의 티파니가 SNS에 욱일기가 들어간 이미지와 일장기 이모티콘을 올려 거센 비난을 받았다. 앞서 AOA 멤버 설현·지민도 케이블 방송에서 안중근 의사를 알아보지 못하고 농담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무지는 비단 몇몇 연예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은 예능에서 역사의 중요성을 조명한 점이 긍정적이다. 무겁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거부감 없이 전달했다. 특히 ‘국민 예능’으로 불리는 ‘무도’의 이러한 행보는 더 큰 파급력을 지닌다. 앞서 ‘무도’는 지난해 ‘배달의 무도’ 특집을 통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이 이뤄졌던 일본 하시마섬(군함도)과 우토로 마을을 찾아 우리 민족의 아픔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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