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변호사의 성경과 법] 기도의 힘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는 가해자의 부모와 서울시가 피해자의 유족에게 1억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가을비가 내리던 2011년 11월 18일, 중학교 2학년인 A양은 15층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 다시는 내려오지 못했다. A양이 15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에 얼마나 무섭고 두려워했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A양을 15층 옥상에서 허공으로 투신하게 한 것은 동급생들의 학원폭력 때문이었다. A양은 씩씩하고 굳굳한 성격이었다지만 끝내 집단괴롭힘이 주는 고통을 이기지 못했다. 집단괴롭힘을 이겨내기에는 너무나 외로웠고 어렸다. A양의 부모와 가족들은 가해자 5명의 부모와 교장, 서울시를 상대로 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가해자의 부모에게 가해자에 대한 보호 감독을 하지 못한 과실책임을 인정하였고, 담임교사나 교장은 A양의 보호의무를 다하지는 못했지만 자살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하지 않아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학생들 사이의 갈등에 대한 대처를 소홀히 한 과실을 인정해 교사의 직무상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서울시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A양은 2학년이 되면서부터 동급생 5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들은 특별한 이유없이 A양을 위협하고 때리고 심지어 교과서에 물을 부어 젖게 하였다. A양의 부모가 담임교사에게 호소하였지만 담임교사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11년 11월17일 동급생들이 A양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며 괴롭힐 때 그 자리에 A양 편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동급생들은 그 모습을 보고도 말리거나 A양 편을 들어주지 못하였다. 그 다음날 A양은 너무나 외롭고 힘들어 끝내 돌아 올 수 없는 먼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날 만일 단 한명이라도 A양 편에 서 주었다면 다음 날 A양은 투신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왕따를 당하는 피해자들은 가해자들보다도 괴롭힘을 당하는 현장에 있는 많은 동급생들의 무관심한 눈빛과 태도가 더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가해자들에게 항의해 주는 단 1명의 동급생이 있다면 피지 못한 꽃봉오리를 활짝 꽃 피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느 학교에서는 명찰에 제일 친한 친구 이름을 적어 놓게 한다고 한다. 어느 학생을 괴롭히면 그 것은 명찰에 적혀 있는 친구를 괴롭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친구가 왕따 가해자에게 항의한다는 것이다. 명찰에 가장 가까운 친구 이름이 적혀 있는 한 외롭지는 않기 때문에 왕따 피해가 줄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글자가 사람과 사람사이라는 뜻인 것처럼 사람은 사람사이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A양도 기도를 하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외롭거나 죽을 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편 107편 19절에 “이에 그들이 그들의 고통 때문에 여호와께 부르짖으매 그가 그들의 고통에서 그들을 구원하시되”라고 하였다.

A양에게 필요한 1명의 친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 모두에게는 언제나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단 1명의 영원불멸의 친구가 있지 아니한가. A양 사건을 보면서 크리스천의 진정한 의무가 무엇인지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재만(충신교회 안수집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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