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꽁꽁… 돈, 있어도 안쓴다

소비심리 악화 등의 영향으로 국내 가계가 올 1분기 쓰지 않고 갖고 있는 여윳돈이 3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한국은행은 ‘2015년 1분기 중 자금순환’ 자료에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29조6000억원이라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28조8000억원)보다는 8000억원, 지난해 4분기(14조5000억원)와 비교해서는 15조1000억원 늘어났다.

잉여자금은 예금이나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을 말하며 잉여자금이 불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가 돈을 쓰지 않고 쌓아뒀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새로운 국제 회계기준(2008 SNA)을 적용해 자금순환 통계를 낸 2013년 이후로 최대치다. 옛 국제기준(1993 SNA) 통계와 비교해도 2012년 1분기(31조5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 김성준 과장은 “이 기간 소득은 늘어난 반면, 소비는 정체상태를 보이면서 가계 잉여자금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한은이 이달 초 발표한 1분기 국민소득 자료를 보면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유가하락 등의 영향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전 분기보다 4.2% 증가해 2009년 2분기 5.0% 성장 이후 5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민간소비는 고령화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로 1분기 증가율이 전기 대비 0.6%에 그쳤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3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손에 쥔 돈은 늘어도 소비를 하지 않음에 따라 잉여자금 규모를 키운 것이다.

잉여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저축률 또한 치솟고 있다. 올 1분기 총 저축률은 36.5%로 전기(34.7%)보다 1.8% 포인트 높아진 것이며 1998년 3분기(37.2%) 이후 16년6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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