넴초프 죽음에 모델 여자친구 끌어들이나… 여친 母 “딸 두려워한다” 치정극 만들려는 의도인 듯

‘푸틴의 오랜 정적(政敵)’ 보리스 넴초프(55) 전 부총리의 장례식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거행됐다. 하지만 살인 용의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데다 넴초프 살해 배경에 대해 야권 진영은 ‘정부 배후설’을 주장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측은 ‘치정설’ ‘서방 배후설’로 맞서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은 넴초프의 장례식이 모스크바 안드레이 사하로프 인권센터에서 치러졌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넴초프가 크렘린궁 인근에서 괴한의 총을 맞고 사망한 지 4일 만이다.

이날 오전 흰 천이 덮인 넴초프의 관은 장례식을 위해 인권센터로 옮겨졌다. 장례식장은 넴초프의 마지막 얼굴을 보기 위해 모여든 그의 동료들과 지지자들 수천명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장례식에는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부총리와 세르게이 프리호디코 부총리가 정부 대표로 참석했으며 니콜라이 페도로프 농업부 장관, 미하일 카시아노프 전 총리 등도 모습을 나타냈다. 존 테프트 주러시아 미국대사, 존 메이어 전 영국 총리 등도 보였다. 이날 87세를 맞이한 넴초프의 노모 디나 에이드만은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푸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고 조화만 보냈다.

넴초프의 장례식에는 폴란드와 라트비아 주요 정치인들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 당국이 입국을 불허했다. 폴란드 외무부는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상원의장을 제재 대상에 올린 데 대한 보복”이라고 비난했다.

넴초프가 어떤 세력에 의해 왜 살해됐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가 피격될 당시 함께 있던 여자친구인 우크라이나인 모델 안나 두리츠카야(사진)는 경찰 조사에서 “총을 쏜 사람이 뒤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누구인지 보지 못했다”면서 “내가 본 것은 옅은 색의 차 한 대뿐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리츠카야의 어머니는 미국 CNN방송에 “딸이 2일 새벽까지 경찰의 신문을 당했으며 당국이 그녀의 변호사를 떼어놓겠다고 위협했다”면서 “딸은 당국이 넴초프의 죽음에 자신을 연루시킬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넴초프가 크렘린궁 인근에서 살해됐음에도 CCTV 영상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용의자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당국은 넴초프의 죽음에 우크라이나 정부군 산하 부대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내놨다. 현지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 저격을 기도했던 체첸인 아담 오스마예프의 ‘조하르 두다예프’ 부대가 러시아 정치 상황을 혼란스럽게 하려고 넴초프를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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