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무대를 올리기 위해서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극작은 물론 노래와 연기, 춤까지 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하남의 미래를사는교회(이상용 목사)가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창작 뮤지컬을 해보자는 무모한 도전을 올해 초 결심했다. 특히 유명 배우이자 부부인 진선규와 박보경이 함께했다. 불가능에 가까운 계획이 실현되기 하루 전인 28일 오후 마지막 연습을 위해 교회에 온 진선규와 박보경을 기자가 만났다. 진선규는 “회사에 다니면서 퇴근 후 연습하는 직장인 성도님들에게 더 좋은 자극을 받았다”고 감사해 했고, 박보경도 “연기를 해본 적 없던 양복 입은 직장인들이 직업이 연기자인 우리보다 더 대단하다”며 겸연쩍이 웃었다.
두 배우를 포함한 미래를사는교회 문화사역팀 ‘STAY G’는 창작 뮤지컬 ‘유틀란디아-999일의 항해’를 주일(일요일)인 29일 오후 5시 교회 본당에서 공연한다. 6·25 전쟁 UN 의료참전국인 덴마크의 병원선 유틀란디아호를 통해 구조됐던 김주완(87)씨를 주인공으로 병원선의 수많은 봉사자가 24개국의 UN군 5000명과 아이를 포함한 한국인 6000명을 치료한 헌신이 뮤지컬에 그려진다. 진선규 박보경 임소현 최호근 등 배우뿐 아니라 회사원 성도 25여명이 배우로 출연하고 무대 설비, 음향 등 여러 손길이 더해졌다. 사전 관람 신청 500여석은 금세 동날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다.
진선규와 박보경, 두 사람이 20여년 만에 같은 무대에 서는 것도 이례적이다. 박보경은 “배우로서 교회 사역에 도움이 되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며 “어쩌면 오랜 제 기도에 대한 응답이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진선규는 “저희와 연습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다른 성도님들이 일정을 맞춰주신 것이 참 감사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연기가 처음인 성도들을 위해 발성과 연기 지도를 했다. 이번 극의 연출을 맡은 김태준 집사는 “20대 초반 뮤지컬배우로 활동하다 지금은 교회 문화 창작가로 살고 있는데, 배우로서 우러러보던 선배와의 호흡을 맞춰 볼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었고 선배님들이 사역팀에 함께 머물러 주시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고 했다. 김 집사는 이 교회 문화사역팀을 통해 9차례 작품을 올렸고 이번이 가장 큰 공연임을 자부했다.
진선규는 이번 교회 무대가 지금껏 배우 경력 중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누군가는 제가 교회 무대를 돕는다고 생각할 수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더 많이 배웠어요. 오랫동안 해온 일이 연기였기에 어쩔 땐 ‘이 정도면 괜찮겠지’하는 타성에 젖었던 시간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연기에 하고픈 말은 담으려는 성도님들을 보면서 제가 왜 연기를 하고 싶었는지, 연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깊이 고민하고 깨달을 수 있었어요. 일터인 현장에서의 제 마음가짐도 자연스레 좋은 방향으로 바뀌더라고요.”
박보경도 “자정까지 연습하고 새벽 5시에 바로 출근한다는 성도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순수한 열정에 놀라고, 되레 배우는 과정의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연습이 있던 이날 진선규는 경북 구미에서 영화 촬영을 마무리하고 아침이 다 돼 집에 도착해 쪽잠을 자고 마지막 연습에 나왔다고 한다. 일상에서의 각자의 역할을 해내고, 짬을 내 교회에 모인 이들은 지난 4개월간 한 번에 4시간 이상씩 연습했다. 마지막 연습인 이날도 오후 1시가 되기도 전에 모여 저녁 10시까지 마지막 리허설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창작곡이니만큼 극에 사용될 음악도 외부 전문가를 섭외해 따로 제작했다. 교회에서 가진 상황에 맞춰 완성도 높은 극을 구현하려고 했다. 이상용 담임목사는 “배우를 포함해 극을 올리기 위해 수고해주신 성도님들의 겸손한 헌신과 수많은 돕는 손길, 그리고 열정과 도전 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6·25 전쟁 참상 속에서도 빛난 인도주의적 헌신을 전하려는 마음은 유틀란디아호를 파견한 덴마크 주한대사관에도 닿았고, 실존 인물인 김주완씨를 찾는 계기를 마련했다. 공연 당일엔 김씨뿐 아니라 주한대사관 관계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박보경은 “그분들의 삶의 단면을 극을 통해 보여주는 우리의 일이 그들의 인생에 누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남녀노소, 신앙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분이 이 공연을 통해 위험을 무릅쓰며 타인을 돕고, 받은 사랑을 세상에 돌려주려던 그들의 사랑을 전해 받길 소망한다”고 했다. 연출가인 김 집사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건네는 것이 조심스러워진 요즘, 길바닥에서 남을 위해 피를 뽑고 그들을 고치려 노력했던 순수한 사랑과 헌신이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관객을 통해 세상에도 전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9일 공연은 선착순으로 관람할 수 있다. 당일 얼마나 많은 인원이 올지 예측이 되지 않기에 교회는 50명 안내 봉사자를 배치하고, 혹여 본당에 들어가지 못할 인원을 위해 영상 관람할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진선규는 “우리의 극이 화려할 수 없고 전문적일 수 없지만 부족한 부분은 하나님께서 채워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 목사는 “공연을 준비하다 보니, 처음 예상과 2배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다. 이는 두 부서의 일 년 예산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교회가 공공성을 잃고 이기주의가 만연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 시대에 기독교 가치관을 담은 공연을 통해 지역사회에 문화 작품으로 행복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하남=신은정 기자 se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6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