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이단·사이비 종교 대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국 이단 현황을 공유하며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전 교회 차원, 나아가 전문가 집단과의 연대를 통한 이단 대처에 더해 국가 차원에서 이단·사이비 종교를 규제할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선교지이단대책실행위원회(위원장 진용식 목사)는 13일 서울 동작구 KWMA 세미나실에서 일본의 이단 대처 사역자 등 9명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일본통일교에서 탈퇴해 목회자가 된 고이즈미 하지메 센다이구니미교회 목사를 비롯해 일본그리스도교단 이대위원장인 사이토 아츠니 센다이미야기노교회 목사, 일본 크리스찬신문 편집장을 지낸 곤다 쇼이치 장로 등이 참석했다. 일본동맹그리스도교단 이단대책위원회 위원장인 한재국 목사가 통역을 도왔다.
이들은 먼저 일본의 이단 실태를 공유했다. 사이토 목사는 1990년부터 9년간 여호와의증인에 빠졌지만, 회심해 2006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일본인들에게 종교는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로 인식된다”며 “일본에서는 지난 40년간 이단 피해 사례만 3만 건 넘게 접수됐고, 피해액만 1360억엔(약 1조 3000억원)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곤다 장로도 “일본인들의 인식 바탕에는 일종의 두려움이 깔려 있다”며 “신은 잘 몰라도 해를 입지 않게 해달라고 신께 돈을 바치는 옳지 않은 신앙관을 지닌 이들이 많은데 일본 이단들은 그 두려운 심리를 악용한다”고 설명했다.
고이즈미 목사는 대학생 때 친구의 포교로 통일교에 빠졌다. 그는 “당시 통일교에 인생을 걸겠다고 할 만큼 (통일교 창립자) 문선명이 구세주라는 이단 교리에 빠졌다”며 “가족들의 이단 상담 권유를 계기로 통일교의 거짓 교리를 알게 돼 회심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요시오카 하지메 오카야마교회 목사는 “30여 년 전 교회 인근 지역에 유입된 ‘다락방’에 2명의 목회자와 20여 명의 성도가 빠졌다”며 “결국 한 청년의 회심을 이끌어 목회자로 세울 수 있었지만, 회복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현재 일본법원으로부터 고액 헌금 등의 이유로 해산 명령을 받은 일본통일교 문제도 공유됐다.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지난 3월 통일교의 고액 헌금과 ‘영감상법’ 교리와 관련해 ”막대한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고 현재까지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통일교 해산을 주장한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통일교 측은 “헌금은 종교 활동의 하나였으며 조직성, 악의성, 지속성은 없다”며 “국가에 의한 명백한 종교 자유의 침해이다”며 맞서고 있다.
곤다 장로는 “변호사단체를 비롯해 언론 매체 등이 앞다퉈 통일교의 실체를 파헤치고 이를 사회에 알리고 있지만, 통일교는 이들을 수시로 고소하며 압박하고 있다”며 “언론매체도 진실을 알릴 책임이 있음에도 일부 미디어의 경우 통일교 측 일방적 주장만을 호도해 보도하는 등 문제가 크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본 전문가들은 이단 대처에 있어서 개교회 차원이 아닌 전 교회, 나아가 전문가 집단과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이토 목사는 “일본그리스도교단은 40여 년에 걸쳐 사이비·이단 문제에 대처해왔다”며 “특히 교단 차원에서 변호사단체 등 법률가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법으로 이단·사이비들을 규제할 방안을 협력 중이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일본통일교 해산 명령에 앞서서도 변호사단체들과 협력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기독교 단체가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지속해서 사회에 어필했다”고 덧붙였다.
유기복음그리스도교회 JECAC 대표인 이이다 가츠노리 목사는 “1999년 목사가 됐지만, 2012년 섬기던 교회의 한 여성도 자녀가 통일교에 빠지게 되며 이단 문제의 심각성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그동안의 무관심에 회개했다”고 전했다. 이이다 목사는 이에 “이단 문제는 전문가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목회자와 성도할 것 없이 모든 교회 구성원이 함께 관심을 두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교지이단대책실행위원회 위원장인 진용식 목사는 “한국 내에도 이단·사이비 피해자가 많지만, 한국은 일본처럼 사이비 종교를 규제할 법이 전혀 없다”며 “한국도 일본처럼 사이비종교를 규제할 법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유사종교피해대책연합을 중심으로 현재 한국에도 반사회적인 교리를 지닌 사이비종교를 규제할 법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며 “일본 내 이단 대처 사역자들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양국 전문가들이 지속해서 서로의 사역을 공유하며 이단·사이비 문제에 공동대처해 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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