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넘게 적대 관계를 이어온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는 등 6년 만에 다시 무력 충돌했다. 지난달 발생한 총기 테러로 촉발된 갈등은 ‘인더스강 조약’ 파기와 양국의 군사공격으로 확산되며 지역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기독교계는 “두 나라 모두 자제력을 발휘하고 폭력이 더 격화되기보다는 평화를 우선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8일 교계에 따르면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전날 제리 필레이 총무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사실상 핵무장국임을 주목하면서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두 나라의 국민과 더 나아가 이 지역 전체의 복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WCC는 “상실의 고통과 정의의 절박함이 더 이상의 폭력이나 고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안보에 대한 갈망은 정당하지만, 보복은 수십 년간 이어진 폭력의 악순환을 고착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WCC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국경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깊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공유한다”며 “폭력과 갈등이 고조될수록 양측의 무고한 생명에게 더 큰 슬픔만 안겨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화, 외교, 상호 존중만이 항구적인 평화로 가는 유일한 지속 가능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WCC는 “희생자들을 보복이 아닌 ‘평화를 선택하겠다’는 결의로 기리자”고 권면하면서 “연민이 분노를 이기고, 지도자들이 정치적 이득보다 생명과 안정을 수호하는 도전에 맞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마태복음 5장 9절을 인용한 WCC는 “지역 주민들은 폭력의 위협이 아닌 희망과 가능성 속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충돌은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인근에서 관광객 등을 상대로 한 총기 테러에서 비롯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26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도 당국은 ‘카슈미르 저항운동’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테러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했다.
이에 인도는 1960년 파키스탄과 맺은 ‘인더스강 조약’을 깨고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강물을 차단했다. 이 조약은 인더스강 지류를 인도가 막을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파키스탄은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라며 핵 공격 가능성까지 들먹이면서 반발했다. 인도 측은 7일(현지시간) 새벽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내 테러리스트들의 기반 시설 등 9곳을 공격하는 ‘신두르 작전’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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