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절반 이상이 이념 갈등의 긴장 속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소장 지용근)가 최근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회 내 이념 갈등 현황’ 설문 결과를 보면 목회자 절반 이상이 “갈등이 있다”고 답했다.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이념 갈등이 심하다”고 응답한 이는 11.5%, “어느 정도 갈등이 있지만 겉으로 드러날 정도는 아니다”는 응답률은 42.3%였다. “갈등이 별로 없다”거나 “갈등이 전혀 없다”는 답변은 각각 31.7% 14.5%로 집계됐다(그래픽 참조).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종교사회학) 교수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계엄과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이념 갈등 분위기도 덩달아 달아오르고 있다”며 “일부 교회에서도 정치적 견해 차이를 선악의 구도로 이해하는 교인들간 정치 갈등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교인들도 시민인 만큼 교회 내에서도 정치 토론이 필요하지만, 내 생각만 정답이고 성경적이란 태도는 버려야 한다”며 “자신의 의견이 지지받지 못하거나 틀렸다고 지적받으면 마치 망신당한 듯 감정이 상하는 분들이 계신데, 내 의견이 항상 지지받을 순 없고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로 대화해야 한다. 상대방을 악마화하지 말고 서로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단에 설 목회자의 역할도 요청됐다. 박재은 총신대(신학) 교수는 “성경적인 정치 원리를 설교하고 교회 내 건강한 토론 문화를 세워가는 건 담임목사의 몫”이라며 “교인들이 현실 정치 사안을 나누는 건 그 다음 단계다. 이념이 달라도 다투지 않을 준비가 됐을 때 토론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4일까지 2주간 진행됐다. 설문엔 목데연 구독 목회자 537명이 참여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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