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놀이 명소엔 푸드트럭 대신 이동형 CU가, 야구장과 축구장 밖에선 스포츠 특화 GS25가 등장했다. 더는 ‘삼각김밥에 컵라면’만으론 경쟁력을 지키기 어렵다는 절박함 속에, 편의점 업계가 신사업과 카테고리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배경엔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1988년 국내에 편의점이 들어온 이후 처음 마주한 ‘역성장’ 현실이 자리한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6% 줄며 코로나 시기였던 2020년(2, 3월) 이후 약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감소폭은 팬데믹 당시보다도 컸다. 식품(-5.4%)과 비식품(-3.6%)을 가리지 않고 모든 카테고리에서 매출이 줄었다. 지난 1월에도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동안, 편의점은 1.7% 증가에 그쳤다.
업계 점포 수는 이미 포화 상태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4사 점포 수는 지난해 기준 5만4852개로, 일본(5만7019개)과 비슷하다. 하지만 인구당 편의점 수는 일본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한국은 940명당 1개꼴, 일본은 2180명당 1개꼴이다.
과잉 공급 속에서 CU는 ‘이동형 편의점’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 중이다. 이날 BGF리테일에 따르면, CU가 최근 경기도 과천 경마공원에 운영한 벚꽃 시즌 이동형 매장은 하루 매출이 전일 대비 768% 급증했다. CU는 앞서 논산 딸기축제, K리그 경기장 등에도 이동형 매장을 선보였다. 다음 달에는 대학가 축제와 어린이날 행사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이동형 점포 운영 건수는 2022년 11건에서 지난해 40건 이상으로 4배 증가했으며, 일평균 매출도 70% 뛰었다. CU는 이동형 모델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해 정관에 ‘기타 무점포 소매업’을 추가했다.

GS25는 스포츠 팬덤을 공략한 ‘굿즈 특화 편의점’ 전략을 펼치고 있다. GS리테일은 GS그룹 창립 20주년을 맞아 FC서울과 손잡고 마포구 연남한양점을 테마 매장으로 리뉴얼, 오는 17일 문을 연다. 앞서 한화이글스, LG트윈스 등과 협업해 총 5개의 스포츠 콘셉트 점포를 운영해오며 오프라인 팬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배송과 생활 플랫폼 연계도 강화됐다. CU는 업계 최초로 ‘내일보장택배’ 서비스를 도입해, 오후 6시 이전 접수 시 다음 날 도착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CU와 GS25는 당근마켓의 간편결제 서비스 ‘당근페이’와 손잡고, 채팅방 내에서 편의점 택배 예약 기능도 도입했다.

세븐일레븐은 ‘패션’ 카테고리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전담조직 ‘세븐콜렉트팀’을 신설한 데 이어, 이달 자체 패션 PB ‘세븐셀렉트 수피마 티셔츠’ 2종을 출시했다. 이미 동대문 ‘던던점’과 차세대 가맹 모델 ‘뉴웨이브오리진점’에서 티셔츠와 양말을 판매하며 성장 가능성을 시험했다. 최근엔 맨시티·토트넘 등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패션 아이템들을 브랜드 단독 상품으로 선보며 콘텐츠 커머스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다만 외부 시장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오프라인 편의점의 기능은 중복되고 경쟁은 격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이소의 약진 역시 편의점의 ‘생활밀착형 유일채널’ 이미지를 약화시킨다”며 “이제는 점포 수보다 점포의 역할과 밀착력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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