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손 잡은 생명만 생존”…자연이 말하는 협력의 힘

Է:2025-04-08 14:54
:2025-04-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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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종교와과학센터-신학사상연구소, ‘생명의 협력: 이타적 사회에 관한 종교와 과학의 대화’ 주제로 학술대회 개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8일 서울 한신대에서 열린 '생명의 협력:이타적 사회에 관한 종교와 과학의 대화' 학술대회에서 학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협력 없이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말이다. 최 교수는 8일 서울 한신대학교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서 “자연은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생명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식물과 곤충, 인간과 장내 미생물의 관계는 모두 플러스-플러스, 즉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며 “한 종 안에서도 때로는 종을 넘어 협력하는 사례가 자연계에 무수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나는 내가 아니다. 내 안의 35조 개의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며 “만약 장 청소로 체내 미생물을 내보낸다면 이내 사람은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 속 미생물은 소화에 직접 관여할 뿐 아니라 인간의 면역계와 뇌 작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다시 말하지만, 협력은 생명의 기본값”이라고 강조했다. 협력 과정에 따르는 희생과 책임이 기독교가 말하는 속죄 개념과도 통할 수 있다고 암시하면서 “양심과 공감은 생물학적으로도 중요한 기능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과학은 혼자서 인간을 구하지 못한다. 종교가 함께할 때 가능하다”며 하버드대 재학 시절 지도교수였던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 『생명의 편지』를 언급했다. 이 책에서 윌슨 교수는 “인간 사회를 이끄는 두 바퀴는 과학과 종교”라고 말하며 “환경 위기 앞에서 두 영역이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세례를 받진 않았지만, 수십 년간 아내와 함께 교회에 출석해왔다”며 “기독교 정신이야말로 공감, 양심, 협력이라는 주제를 가장 깊이 다룰 수 있는 토대”라고 꼽았다. 그는 “인간은 공감과 책임을 추구할 능력도, 그럴 의무도 있다”며 “종교와 과학이 함께 일상에서 공감과 협력을 실현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국립과천과학관장을 지낸 이정모 펭귄각종과학관장은 “이타성은 인간만의 고유 능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들도 협력하고 도우며 살아간다. 코끼리는 쓰러진 가족을 일으켜 세우고 돌고래는 다친 동료를 수면 위로 밀어 올려 숨 쉬게 돕는다. 흡혈박쥐는 사냥에 실패한 개체에 피를 나눠주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 관장은 “이타성이 단지 인간의 고등한 도덕이 아니라 수많은 종이 공유하고 있는 감정과 반응의 체계라면 우리가 다른 생명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져야 한다”며 “동물을 자원이나 도구가 아닌 도움과 위로, 관계를 나눌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답을 다 알지 못한다. 동물이 자신을 인식하는가 다른 개체의 고통을 어떻게 감지하는가 이타 행동이 정말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의 질문은 과학뿐 아니라 철학과 윤리,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공감에 대한 기독교적 해석도 제시됐다. 김상덕 한신대 교수는 “감정적 공감을 넘어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책임지는 성찰적 공감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복음은 이웃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닌 의지와 결단의 문제로 확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무비판적 공감에 대해선 경계했다. 그는 “공감은 인간 사회에 필수적인 정서지만 왜곡될 경우 집단 내 편향성을 강화하고 외부에 대한 혐오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의 협력: 이타적 사회에 관한 종교와 과학의 대화’를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한신대 종교와과학센터와 신학사상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강성영 한신대 총장은 개회사에서 “이타성과 협력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서의 계명과 공명하며 생명과 인간, 사회, 인류의 본성을 해명하는 열쇠”라며 “학제 간 연구의 가치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중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은 인사말에서 “자살, 동성애, AI 같은 논쟁적 사안들을 한쪽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라며 “이타성과 생명윤리를 함께 조명하는 오늘의 논의는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한신대 종교와과학센터와 신학사상연구소 관계자들이 8일 서울 한신대에서 열린 '생명의 협력:이타적 사회에 관한 종교와 과학의 대화' 학술대회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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