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립국악원장, 차기 정부에서 재공모해야

Է:2025-03-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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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황제관람’ 관련된 유병채 문체부 실장 임명은 국악계에 혼란 가중

국립국악원 전경. 국립국악원 홈페이지

국립국악원장 선임을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국악계의 갈등이 길어지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을 지낸 유병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의 원장 내정설이 나오자 국악계는 전직 국악원장과 연구실장 등을 중심으로 ‘국악계현안비상대책협의회’(이하 비대위)를 꾸려 행정직 공무원 임명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전·현직 예술감독과 국악 학계에서도 잇따라 반대 성명문을 내며 비대위에 힘을 실었다.

국립국악원장은 민간 전문가만 지원할 수 있었던 경력개방형 직위였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1일 대통령령 개정으로 행정직 공무원도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갑자기 바뀐 뒤 유 실장이 올해 공모에 지원해 최종 후보자 3인에 포함됐다. 유 실장은 지난해 김건희 여사의 ‘KTV 국악공연 황제관람’과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위증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현재 국악원장 공모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최종 후보자 중 1인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국립국악원장 인선과 관련해 유 장관은 30년간 서울대 국악과 출신이 독점했다고 비판하는 한편 ‘예술과 행정의 분리’를 주장하며 행정직 공무원의 임명 당위성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유 장관이 국악계를 악의적으로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악원장이 공모제로 바뀐 2000년부터 인사혁신처가 최종 후보자 2~3인을 올리면 문체부 장관이 최종 결정했다는 점에서 특정 학맥 편중의 책임은 문체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문체부가 그동안 일부러 서울대 국악과 출신만 뽑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덧붙여 현재 부산·남원·진도에 있는 국악원 지방 분원장 3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1명뿐인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특정 학맥 편중이 완화됐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국악에 대한 유 실장의 비전문성을 지적하면서 행정직 공무원 출신 원장은 국악원에 대한 문체부의 관치 강화라고 우려했다.

유병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장. 국회방송 캡처​.

국악계의 반발에 유 장관은 국립국악원 개혁 방향에 대한 국악계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80% 이상이 기존처럼 국악계 출신이 국악원장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면 따르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법적 조항에도 없는 여론조사를 꺼낸 유 장관의 ‘임기응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어쨌든 문체부는 지난 28일 비대위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국악계 인사들을 먼저 만나는 것으로 여론 청취에 나섰다. 당초 오후에 보도자료를 내겠다고 공지했다가 취소한 것은 이날 간담회에서 행정직 공무원의 국악원장 선임에 대한 반대가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앞으로 국악계 인사들을 다시 만나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지만, 납득 가능한 여론조사가 아니면 오히려 불신만 가져올 것이다.

게다가 유 실장의 국악원장 임명은 ‘알박기’ 비판 속에 국악계의 분란을 한층 가중시킬 것이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인용이든 기각이든 정도의 차이뿐이다. 특히 지난해 김건희 여사의 ‘KTV 국악공연 황제관람’ 논란과 관련된 유 실장이 국악원장이 됐을 때 2년의 임기 동안 정치권과 언론의 주시 속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돼 대선을 치르고 정권이 바뀌면 상황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유 장관이 진심으로 국악원의 발전을 바란다면 이번엔 국악원장 제청을 회피하고 차기 정부에서 재공모로 뽑도록 해야 한다. 덧붙여 국악계도 앞으로는 예술행정 또는 예술경영 전문가 출신 국악원장이 와서 국악 전문가 출신이 놓치는 부분에서 국악원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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