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삼성, 한국교회와 전개하는 ‘자립준비청년에 희망 디딤돌을’ 캠페인이 3년 차를 맞았다. 2023년부터 삼성 임직원과 한국교회 성도들은 ‘디딤돌가족’으로 자립준비청년의 정서적 지지를 뒷받침하는 멘토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예비자립준비청년’ 멘토링 확대
만 20세에 보육원을 퇴소한 뒤 고군분투하는 자립준비청년의 안정된 자립을 위해 시작한 캠페인은 올해 기존 자립준비청년과 20대 이하의 예비자립준비청년(예자청)을 대상으로 한 ‘투 트랙’ 방식으로 확대된다. 2년간 보도를 통해 보육원 퇴소 전부터 멘토링이 시작된다면 자립준비청년이 된 뒤 겪는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예자청 멘토링이 추가됐다.
올해 자립준비청년 캠페인에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전주 바울교회(신현모 목사), 대구동신교회(문대원 목사), 청주 상당교회(안광복 목사), 경기도 화성 주다산교회(권순응 목사)는 일대일 멘토링 사역, 교계 최초로 자립준비청년 결연 사역을 시작한 선한울타리(대표 최상규)는 직업 캠프 등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예자청 멘토링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여의도문화포럼과 ㈔야나(대표 이수정) ㈔크로스로드(이사장 정성진 목사) 등이 동참한다.
야나는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등 6곳 교회와 긴밀한 협력 가운데 보육원 아동을 대상으로 한 돌봄 사역을 펼치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9일 야나와 협력하며 보육원 아동과 일대일 결연을 맺고 있는 서울 순전한교회(이태재 목사)의 멘토링 사역 현장을 찾았다.
이모들과 함께한 ‘피자 파티’ 주말 일상
주일예배를 드린 뒤 순전한교회 멘토로 활동하는 성도들과 6명의 남자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곳은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어린이들은 이미 공간이 익숙한 듯 뛰어 들어갔다. 이날을 위해 모든 공간은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모, 배고파요. 빨리 피자 먹고 싶어요.” “저도 이모 도와서 떡볶이 만들래요.”
남자 어린이들은 현재 서울 성동구의 한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4명은 지난주 초등학교 입학생인 1학년이고 2명은 초등학교 3학년에 진급했다. 아이들이 멘토로 결연된 성도들에게 부르는 호칭은 ‘이모’ ‘삼촌’. 순전한교회가 보육원 아동과 결연 사업을 시작한 뒤 3년째 매주 만나는 사이다. 꼬맹이였던 아이들은 어느덧 초등학생이 됐다.
단체 모임에 익숙한 듯 어린이들은 이모들 앞에서 배고프다고 투정 부리는가 하면, 또 다른 이들은 평소처럼 거실에서 보드게임을 하며 땀을 뺐다. 밝은 활력이 넘치는, 영락없는 장난꾸러기였다. 이모들이 식탁에 피자와 김밥 과일 빵 등을 가지런히 정리하자 식사 교제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모 지난주 3학년으로 올라갔어요. 이제 곧 있으면 반장 선거 있는데 나갈까요. 떨어질까 봐 걱정돼요.” “준수(가명)야 실패도 성장하는 과정이야. 실패 속에서 배우게 되거든. 반장 선거 나가보자.”
준수의 이모는 찬양사역자인 오혜진 전도사다. 선교사 자녀(MK) 사역을 위해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여러 준비를 하던 그는 중증 아토피로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극적인 회복을 경험한 뒤 만난 준수는 그래서 더 특별했다.
오 전도사는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로 치료받는 준수와의 멘토링에 더 신경을 쓴다. 미술관 데이트, 요리교실 등 특히 감정적 교류를 할 수 있는 만남을 기획한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기질의 준수에게 딱 맞는 멘토링이다. 그사이 준수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활달해졌다. 오 전도사는 “준수는 특출한 기역력이 있는데 나쁜 것도 빨리 흡수하는 게 안타깝다”며 “일대일 만남을 지속하면서 준수를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제가 멘토링을 하는 동안 남편이 딸들의 보육을 맞는다. 온 가족이 참여하는 사역인 셈”이라고 말했다.
수줍음 많던 아들들, 밝은 에너지 넘쳐
이날 모임의 호스트인 김진희 집사는 딸 셋을 키우고 있다. 막둥이나 다름없는 하민(가명)이를 멘토링하면서 그 역시 많은 기쁨을 누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김 집사는 팬데믹 시기에 자신의 유익이 아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선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보육원 멘토링을 하나님의 뜻으로 확신했다.
“제 자식을 키우는 게 당연한 일인데 과연 칭찬받을 일인가 싶었죠. 여러 과정을 거쳐 하민이를 만났어요. 혼자 멘토링할 때는 지치고 때로는 의무감도 들었는데 같은 교회 성도들과 함께 멘토링을 하다 보면 격려도 받게 됩니다. 딸 양육에 익숙한 엄마였는데 이제는 공동으로 ‘아들 육아’하는 생각이 드네요.”
김 집사 역시 몇 년간 이어온 멘토링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우여곡절의 시간을 거쳐 지금의 하민이는 처음보다 밝고 건강한 어린이로 성장했다. 김 집사는 “길거리를 건너는 것조차 불안해하고 소심했던 하민이가 용감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민이를 멘토링하면서 생각지 않은 뜻밖의 선물도 있었다”며 “사춘기 딸들이 하민이로 인해 거실에 나오며 부모와 대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온성도·가족이 동참하는 사역
2022년 순전한교회는 야나가 주최한 보육원 아동 관련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이듬해 멘토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재 교회 성도 중 6가정이 6명의 아동과 일대일 결연을 맺었으며 주 1회 주기로 멘토링을 실시한다. 보육원 아동들은 보육원의 허락을 받아 주일예배를 드린 뒤 식사 교제를 한다. 한 달에 한 번 가정 방문이나 일대일 데이트, 전체 모임 등 친밀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만남을 갖는다.
멘토링 사역 리더인 이소영 집사는 “아이들이 매주 예배드리게 하는 이유는 예배를 정기적으로 드리면서 이들을 위해 진실되게 중보기도 하는 어른들이 생길 거라는 믿음 때문”이라며 “이들의 예배 참석을 위해 차량 지원부터 교회학교 교사 등 온 교인이 직·간접으로 동참하고 있다. 감동적인 사역”이라고 했다.
키즈카페 회동 등 단체 활동도 기획하지만 일대일 멘토링을 중점적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아이들의 삶과 고민을 들여다보려면 깊은 대화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집사는 “저희는 보육원에서 배치해준 대로 연결됐는데 결국 하나님이 아이들의 개성과 기질에 맞는 멘토들로 연결했다고 생각한다”며 “멘토들의 경우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적 만남에 대한 부담감이 적잖이 있는데 이벤트보다 일상을 나눌 것을 권한다. 아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접하도록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다.
선한 프로젝트의 기적
한 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사역을 하면서 생각지 못한 기적은 계속되고 있다. 이 집사는 “저의 멘티인 이준(가명)이가 축구를 좋아해서 자비를 들여 축구학원에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학원에서 이준이뿐 아니라 다른 보육원 아동들까지 축구교실에 다니도록 배려해줬다”며 “하나님이 이 사역을 너무 기뻐하신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이들을 위해 기도한 것은 다 응답받는다. 올해 상반기에 교회가 더 넓은 장소로 이전할 계획을 하고 있는데 더 많은 아이를 품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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