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성 ‘노딜’ 회담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 명령을 내렸다는 보도가 3일(현지시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은 여전히 가능하다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 개인을 향한 공세는 이어갔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을 입증했다고 트럼프가 판단할 때까지 미국이 현재 제공 중인 모든 군사원조를 멈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비행기나 배편으로 운송 중인 무기나, 폴란드 등 제3국에서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물자 등 모든 군사원조가 멈추게 된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명령은 즉시 발효되며 현재 진행 중이거나 주문 중인 10억 달러 이상의 무기와 탄약에 영향을 미친다”며 “군사 원조를 재개하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전·현직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무기 판매 자금 지원을 중단했으며, 미국의 무기 비축분에서 우크라이나로의 무기 배송을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요 무기 이전 경로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은 트럼프와 젤렌스키가 백악관에서 가진 논란 많은 회담 며칠 후에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대만 TSMC의 반도체 투자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것에 대해 지금으로선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는 뜻이다. 많은 일이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양국의 광물협정이 끝났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협정에 대해 “미국이 그곳(우크라이나)에서 존재감을 갖게 될 것”이라며 명시적인 미국 방위 보장 없이도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확보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와 관련 “매우 빠르게 될 수도 있다”며 “지금 아마도 누군가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그리 오래 남아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의 말을 사람들이 그리 오래 들어주진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합의를 원하고, 우크라이나 국민도 합의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서는 “나는 그가 (미국에 대해) 더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그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트루스소셜에 전쟁이 조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젤렌스키 발언을 보도한 AP통신 기사를 공유한 뒤 “이것은 젤렌스키가 한 발언 중 최악”이라며 “미국은 더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를 지지하고 나선 유럽을 향해서도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데 쓴 돈보다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사는데 더 많은 돈을 썼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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