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차에 뛰어든 공무원, 운전자 살렸다 [아살세]

경기도 안양시의 한 공무원이 교통사고로 화재가 난 차량에서 운전자를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시민을 구조한 공무원은 최성근(49) 안양시청 기업경제과 기업 SOS 팀장. 최 팀장은 지난달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양시 공무원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선행으로 주목받는 것이 멋쩍은 듯 웃음을 지었다.

최 팀장이 사고를 목격한 것은 지난달 4일 오전 5시2분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덕고개사거리 인근에서였다. 매일 새벽 운동을 하는 최 팀장은 운전을 해서 이동하던 중 사고 현장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곧장 차에서 내려 사고 현장 인근에 있던 최초 발견자 2명에게 다가가 상황을 파악했다. 이들은 “이미 119에 신고는 완료했는데 저기 멀리 사람이 쓰러져 있다”며 도로 한쪽을 가리켰다.

최 팀장은 “실제로 차에서 튕겨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부상자 한 명이 도로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발견자 2명에게 재차 “차 안에는 사람이 없느냐”고 물어봤고, 이들은 “사람은 못 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 팀장은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사고 차량으로 다가갔다고 한다. 당시 이미 차에서는 불길이 시작된 상태였다.


최 팀장은 “빠르게 차량과 번호판 색깔을 확인해 보니 전기차는 아니어서 폭발 등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할 것 같았다. 확인해 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급히 차량 문을 열었더니, 에어백 등으로 인해 육안으로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최 팀장은 에어백을 헤집으며 차량 내부를 살폈고, 운전석에 한 남성이 정신을 잃은 채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최 팀장은 급히 운전석 문을 잡아당겼지만, 사고 충격 때문인지 문이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그는 이에 조수석 쪽으로 이동해 운전자를 깨우기 시작했다. 힘으로 당겨봤지만, 성인 남성을 밖으로 끌어내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 운전자는 정신을 차렸고, 차량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하는 데 성공했다.


최 팀장은 “이 모든 일이 약 10분 이내에 이뤄졌다”며 “굉장히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최 팀장이 구조에 성공한 뒤 119구급대원들이 도착했고, 그는 상황이 수습되는 것을 지켜보다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30년차 공무원인 최 팀장이 생명을 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최근에도 한 행사장에서 갑자기 쓰러진 참석자를 심폐소생술(CPR)로 구조했다. 최 팀장은 “30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수해 현장 지원 등 여러 기억에 남는 일이 많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시민들과의 유대감, 공무원으로서의 책임감이 쌓인 것 같다”며 “안양시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20대 남성 2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팀장은 시민을 구조한 노고를 인정받아 지난달 26일 안양동안경찰서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최 팀장은 “딸들에게 얘기했더니 걱정을 하면서도 ‘아빠는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라며 자랑스러워하더라”면서 “앞으로도 공무원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생활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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