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극단적 주장을 쏟아내는 일부 극우 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교회가 특정 정치세력에 치우치거나 반헌법적인 선동을 일삼지 않고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교회와 사회 대전환을 위한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에 대한 종교인들의 촉구와 반사회·반교회적 선동을 일삼는 극우적 종교인들을 퇴출한다는 목적을 두고 있다.
기도회에선 정영택 전 예장통합 총회장이 ‘각성으로서의 기도’를 주제로 설교했다. 정 전 총회장은 “우리는 이념을 대변하고자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라 모든 만물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단 사실을 확신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자 참석했다”면서 “오늘 주님 앞에서 각성된 마음으로 기도해 이 땅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그리스도 복음의 역사를 이뤄가자”고 권면했다.
이어 정종훈 연세대 교수가 ‘윤 정권 아래 한국교회의 과오와 민주주의를 위한 과제’로 강의했다. 그는 보수와 진보 사이의 진영논리로 갈등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우려했다. 정 교수는 “그리스도인들은 진영논리를 떠나 하나님의 뜻을 먼저 찾아야 한다”며 “보수와 진보를 양자택일할 필요가 없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두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신 존재이기에 우리 역시 보수와 진보를 넘어 기독교인의 정체성 위에서 하나님의 뜻을 먼저 묻고 순종하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보현 남대문교회 장로는 “교회 지도자들인 목회자들의 망발과 언행으로 기독교는 이중의 피해를 입고 있다”며 “특히 화해와 갈등의 중재자가 되어야 할 교회가 극단적인 치우침으로 국론분열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교회가 정치 집단이 되는 것을 사양항다”면서 “복음은 편 가르거나 악마화 하는 것이 아니다. 거짓말과 괴변과 요설로 세상을 혼돈케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왕 장로는 “주님 주시는 은혜로 망설이지 않고 용기 있게 내란 정국을 헤쳐 나아가자”며 “우리의 간절한 기도와 작은 발걸음의 이 땅에 평화를 이루는 큰 물결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예장통합 목회자들은 교회와 사회 대전환을 촉구하는 시국기도회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교회를 가장해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집단을 사회와 교회로부터 퇴출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내란 옹호 및 준동 세력에 대해 적법한 처벌을 내려 하루빨리 사태가 종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도회를 마친 예장통합 목회자들은 헌법재판소까지 침묵기도 행진에 나섰다.
같은 날 예장고신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모인 ‘고신을 사랑하는 성도들의 모임’은 서울 서초구 총회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현보 세계로교회가 목사가 속한 당회와 김해노회, 총회에 손 목사의 징계를 촉구했다. 예배 강단을 정치 선동의 장으로 변질시켰다는 취지에서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그의 주일 예배 설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거나 다른 정치인을 비방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며 “하나님의 말씀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정치 선동이 자리를 잡았고, 하나님의 말씀은 그의 정치적 신념 설파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 목사는 설교 시간에 정치 선동을 당장 중단하고, 이에 대해 하나님과 교회 앞에서 회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에는 지금까지 1600여명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김동규 임보혁 기자 kky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