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분쟁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중재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CNN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사우디가 이스라엘 가자지구를 둘러싼 미국과 아랍의 갈등에서도 중재 역할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17일 CNN에 따르면, 사우디가 미국과 러시아를 초청해 휴전 협상을 개최하는 것은 글로벌 행위자가 되고자 하는 사우디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사우디는 예멘 내전에서 철수했으며, 지역 라이벌인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또 서방과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사우디의 사실상 지도자인 39세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둘 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점점 양극화되는 세계에서 이런 관계를 구축한 세계 정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2017년 대통령에 처음 취임한 트럼프는 첫 해외 방문지로 사우디를 선택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우디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도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운영하는 회사에 2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트럼프 가문과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해 왔다.
빈 살만 왕세자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러시아 고립 압력에 저항하며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지속해 왔다. 2022년에는 사우디의 석유 생산량을 늘리라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러시아 편에 서기도 했다. 푸틴은 2023년 사우디를 방문해 미국에 맞서는 국가들의 모임인 브릭스(BRICS) 가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우디의 중재력은 이미 증명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지난 11일 러시아가 미국인 교사 마크 포겔을 석방하는 데 빈 살만 왕세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아랍에미리트와 함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여러 수감자 교환을 중재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우크라이나는 18일 열리는 미·러 휴전 협상에서 배제된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주 후반 사우디를 방문해 사우디 관리들과 별도의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관계자에 따르면, 사우디는 미·러 협상의 개최자일뿐만 아니라 중재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사우디 국가안보고문이 협상에 참여한다.
CNN은 사우디가 미·러 협상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활용해 긴급한 지역 문제인 가자지구 계획을 중재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주시킨 후 미국이 점령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후 아랍 국가들은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바레인 국제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인 하산 알하산은 “사우디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좋은 관계를 활용해 가자지구의 운명에 대한 미국과 아랍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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