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기독대학이 재학생 윤동주를 추모하는 방법

Է:2025-02-15 00:10
:2025-02-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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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8월 4일 윤동주(오른쪽 맨 위)가 고향인 용정(중국 지린성 룽징시)에서 찍은 사진이다. 일본 유학 중이던 윤동주는 여름 방학 동안 잠시 귀국해 고향 마을에서 함께 자란 또래 친척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고, 이 사진은 그가 고향에서 남긴 마지막 사진이 됐다. 윤동주기념관 제공


‘기독교인’ 윤동주 시인이 생전 수학했던 한일의 두 기독교 대학인 연세대와 도시샤대학이 나란히 서거 80주년을 추모한다.

먼저 연세대 윤동주기념사업회와 문과대학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내 루스채플에서 80주기 추모식을 개최했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과 유가족 등 참석자는 찬송가 ‘어느 민족 누구게나’를 부르며 행사를 시작했다. ‘진리 따라 살아갈 때 어려움도 당하리’라는 가사는 모두를 숙연하게 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는 내용이 담긴 요한복음 12장 24~25절을 정미현 교목실장이 봉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열린 80주기 추모식에서 윤동주의 6촌 동생인 윤형주 한국해비타트 이사장이 추모사를 전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원로 가수이자 윤동주의 6촌 동생인 한국해비타트의 윤형주 이사장은 유족 대표로 이날 추모사를 전했다. 윤 이사장은 “기독교를 통해 근대의 물결을 받아들이는 길목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집안 모두가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며 “저와 유족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이’ 살고자 했던 그의 의지를 되새기며, 언제가 흔들리지 않고 신앙 안에서 꼿꼿하게 살아내고자 다짐한다”고 했다.

연세대는 1955년부터 매년 2월 윤동주 추모회를 열어왔다. 올해부터는 특별히 윤동주의 고종사촌으로 그와 같은 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진 독립운동가이자 문인인 송몽규 선생에 대한 추모도 함께할 것을 알렸다. 윤 총장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믿음이 점차 희미해지는 시대에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선생의 정직하고 청렴한 의지는 연세대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윤동주 기념관 앞 윤동주 시비에서 윤동주 장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6촌 동생인 윤형주 한국해비타트 이사장 등이 헌화 후 묵도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추모식에 앞서 연세대 윤동주기념관 인근 윤동주 시비 앞에서는 헌화식이 열렸다. 연세대는 2020년부터 핀슨관 전체를 윤동주기념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육필 원고와 소장 도서, 유품 등 유족의 기증과 박은관 시몬느 회장 등 동문 후원 등으로 완성됐다. 특히 윤동주기념관에는 기독교인인 윤동주의 영문 신약성경이 전시돼 있다.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 그가 성경공부 모임에 항상 지니고 다녔던 것이다. 마가복음엔 구원의 복음, 예수님 고난과 박해, 십자가의 죽음에 대한 그의 메모가 남아있다. 또 팔복, 십자가, 또 태초의 아침, 눈감고 간다 등 그의 시에는 성경적 내용이 담겨있다.

서거일인 16일에는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 졸업 후 일본에서 다닌 교토의 도시샤대학에서 명예문화박사 증정식이 열린다. 1875년 설립 이후 이 대학이 고인에게 명예 박사 학위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동주는 1942년 4월 도쿄의 릿쿄대학 입학 후 그해 10월 도시샤대학으로 편입했다. 1943년 7월 치안유지법위반으로 체포돼 2년 뒤인 2월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정예슬(오른쪽), 총학생회 부비상대책위원장 강형규 학생이 14일 연세대 내 윤동주기념관 앞 윤동주 시비에서 헌화 후 묵도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이번 명예문화박사 학위에는 기독교인이자 신학과 교수 출신의 고하라 가쓰히로 총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샤대학 국제협력추진기구 서울사무소의 최순육 소장은 “유치원부터 중학교, 여자대학에 이르기까지 규모가 큰 학교법인이기에 의사 결정에는 여러 번의 이사회를 거쳐야 하는데 고하라 총장이 ‘양심을 중요하게 가르치는 대학으로써 재학생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양심을 회복해야 하지 않겠냐’는 주장을 강하게 펼쳐서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연세대와 도시샤대학은 기독교 대학으로 긴밀하게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것은 물론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는 요한복음 8장 32절에서 따온 교훈도 같다. 14일 연세대 교목실에 따르면 도시샤대학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과 10월 입시 관련 사안으로 연세대에 방문했을 당시 교목실의 제안으로 윤동주기념관을 관람했다. 정미현 교목실장은 “관계자들이 관람 후 깊은 감명을 표현했고, 교토로 돌아가서 ‘윤동주의 시가 몇 개의 언어로 번역됐는지’ 등 자세한 질문을 담은 이메일을 여러 차례 보내왔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2개월 뒤 윤동주 명예문화박사 학위 소식이 전해졌다. 정 교목실장은 “참회와 고백을 전제로 한 기독교 정신이 발휘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화해의 시도라는 점에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번 명예문화박사 학위 증정식에 참석하는 도시샤대학 한국교우회 조재국 회장은 “도시샤대학에는 양심연구소가 있을 정도로 모든 학문에서 양심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개신교 예배당도 도시샤대학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위 수여식이 아닌 증정식이라고 표현한 것도 주는 사람이 중심이 아닌 받는 이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크게 담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샤대학 안에는 1995년 건립된 윤동주 시비가 있다. 이번 일본 학위 증정식에는 유족 대표로 윤동주의 장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참석한다. 윤 명예교수는 “도시샤대학측이 명예문화박사 학위 결정 직후 유족 대표로서 학위를 받을 수 올 수 있느냐고 연락해왔고 가능하다고 즉답했다. 가족들과 서거 80주기를 맞아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되짚으며 일본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시샤대학에 윤동주 시비가 세워지고 30년 지난 올해에 명예문화박사 학위가 수여되는 것”이라며 “큰아버지(윤동주)가 이 소식에 하늘에서 가장 기뻐하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도시샤대학 정 가운데에 위치한 채플. 도시샤대학 국제협력추진기구 서울사무소 제공

윤동주를 연결고리로 두 기독교 대학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예정이다. 연세대는 오는 7월 도시샤대학에서 윤동주 연극을 올릴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연세대 학생들이 도시샤대 등 윤동주의 일본 유학지를 찾아 강의를 듣는 등 첫 학생 교류가 시작되기도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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