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치 못한 일본 선교의 꿈, 사업하면서 이뤄졌죠.”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메리스에이프럴 빌딩에서 열린 ‘크리스천 사장들의 모임(크사장)’의 3기 모임에 참석한 황연주(42) 대표의 말이다. 화장품 판매업을 하는 그는 처음부터 선교를 위해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황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사업을 하고 남는 시간에 교회 봉사나 선교를 하다 어느 날 일본을 방문했다”며 “도쿄의 시골 마을에서 선교사와 일본 어린이들을 만난 뒤 이들에게 복음 전하는 삶에 대한 꿈이 커졌다”고 말했다.
일본 복음화를 꿈꾼 뒤 역설적으로 사업 확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황 대표는 “이전까지는 선교헌금 정도로 일본 선교를 도왔는데, 일본 복음화에 비전을 갖게 된 뒤 사업 매출이 5배, 7배로 빠르게 증가해 일본 선교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크리스천 사장들의 고민
이날 크사장 모임에서는 황 대표처럼 비즈니스 선교(BAM·Business As Mission)에 뜻을 둔 이들 100여명의 기업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젊은 사업가부터 베테랑 사업가까지 각양각색의 이들은 주제별로 구분된 자리에 앉아 교제를 나눴다.
행사장에는 ‘신앙 바로 서기’ ‘친목과 나눔’ ‘선교와 봉사’ ‘조언과 자문’ 등 크리스천 사장으로서 고민이 되는 주제별 모임으로 테이블이 나뉘어 있었다. 신앙생활을 자신의 고민으로 선택한 사업가가 제일 많았다.
샌드위치 브랜드를 운영 중인 박진필(30) 전도사도 신앙 고민을 갖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 협성대 졸업 후 사업과 사역을 병행하는 그는 “하나님과 내가 원하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할지 고민이다. 기도하지만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며 선배들의 조언을 구했다.
뷰티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전희은(47) 대표는 간증자로 나서 크리스천 사업가의 고충을 나눴다. 전 대표는 특히 사업적 미팅을 할 때 술자리 등의 상황을 마주했으며 기업의 이윤을 내야 할 때 때로는 양심을 저버리고 싶은 유혹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런 유혹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을 더 찾으며 이겨냈다고 한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동료들에게 “크리스천 사업가로서 말씀을 붙잡으며 믿음으로 정체성을 지키자”고 권면했다.
사업과 사역의 일체화 지향
지난해 말 발족한 크사장은 모임을 거듭할수록 참석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크사장 대표인 김동은(37) 전도사는 김포 그리스도의몸교회를 개척한 뒤 청년 성도들과 청과 브랜드 ‘시장청년’을 세워 5년 만에 전국 270여개 매장까지 확대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여러 사정으로 지난해 시장청년을 내려놓고 마케팅 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김 대표가 크사장을 설립한 건 BAM 현장가들이 필요한 정보 공유뿐 아니라 교제할 수 있는 예배 공동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사장 모임에서는 세무, 노무, 아이템 확장 등 사업 관련한 다양한 고민 등을 나누고 예배하고 교제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 대표는 “교회에서는 비즈니스에 관해 얘기하는 게 쉽지 않고 사회에서 신앙 이야기를 나누면 아무래도 눈총이 따가운 게 현실”이라며 “크사장은 세상 속에서 사업과 함께 신앙 이야기를 할 공동체를 원하는 이들의 모임으로 사업과 사역의 일체화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선교를 꿈꾸는 이들 가운데에는 목회자도 적지 않은 추세라고 김 대표는 전했다. 그는 100여명 회원들이 있는 ‘일하는 목회자 커뮤니티(WMP)’에서 사업적인 부분을 조언하며 이 안에서 제자화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김 대표는 비즈니스 선교의 본질에 대해 “한 사람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우는 것에 있다”며 제자화의 재생산을 강조했다.
왜 비즈니스 선교인가
전문가들은 최근 열방을 향한 선교 전략으로 BAM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선교 제한 국가가 증가하면서 전통적 사역보다 BAM을 활용한 선교 사역의 기회는 이전보다 많아졌다는 게 분석이다.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열린 제4차 로잔대회의 영향도 있다. 로잔대회에 참석한 김윤희 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총장은 “로잔대회 참석자의 40%가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평신도였고 이들이 주도한 모임이 로잔대회 일부로 진행됐다”며 “최근 여러 단체가 생기면서 비즈니스 선교가 확장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선교연합체 IBA 사무총장 이다니엘 목사는 “지난 1990년대부터 BAM 현장가들이 많은 열매를 내고 있다”며 “이제 30·40세대가 그 뒤를 이어 창업하기도 하고 선교 현장의 기업 리더십을 이양받는 시즌인 것 같다”고 밝혔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에서 일터 신학 등을 강의한 김 전 총장은 “일터 신학의 일부인 BAM도 창세기 1장 28절 말씀처럼 창조 명령의 중요한 일부이며 하나님의 뜻”이라며 “BAM 종사자들에게 재정과 성공, 직업윤리 등과 관련해 성경적 가치관을 가르칠 때 일터가 달라지고 최고경영자(CEO)와 직원들의 역할과 자세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사무총장은 BAM 현장가들에게 “무엇보다 복음과 선교적 삶에 대한 성찰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아영 최경식 박윤서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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