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15일(현지시간)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핵무기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 정책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그 어떤 제재도 그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광범위한 관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도 시사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가장 큰 위협” “적국”으로 표현하며 강경한 매파적 입장을 견지했다.
루비오 지명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브라이언 샤츠 의원이 북한 비핵화가 실패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김 위원장을 가리켜 “남은 생애 동안 권력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40대 독재자”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핵무기)은 그에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제재도 (핵)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제재는) 사실 그가 그것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못 막았다”고 덧붙였다.
루비오는 샤츠 의원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고 말하며 대북 정책 재검토 의향을 묻자 “보다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관심(appetite)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비오는 트럼프 1기 당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저도 매우 회의적이었던 사람 중 한 명”이라며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다가갔으나 김정은은 두 번이나 협상하기를 거부했고, 결국 지속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 관여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중단시켰다”며 “그것이 북한 (핵) 프로그램의 발전을 중지시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반도) 상황을 진정시켰다”고 말했다.
루비오는 또 “불행하게도 (북한은)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제공하는 등 한반도를 넘어선 분쟁에 관여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우리가 남북한, 어쩌면 일본,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을 포함하는 우발적 전쟁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국가이 각자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도록 부추기지 않으면서 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자문한 뒤 “이것이 우리가 찾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문서) 폴더를 갖고 오지 않았다”며 북핵 정책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루비오는 이날 청문회에서 중국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위험하며, 미국이 지금까지 직면한 적 가운데 거의 대등한 적국(near-peer adversary)”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들은 억압과 거짓말, 속임수, 해킹, 도둑질을 통해 미국의 희생 속에서 글로벌 초강국의 지위에 올랐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은 소련이 결코 보유하지 못한 요소를 갖고 있다”며 “중국은 이제 모든 영역에서 기술적 적대자이자 경쟁자다. 산업적·경제적·지정학적·과학적 경쟁자”라고 했다.
루비오는 모두 발언에서도 “우리는 중국 공산당이 세계 질서에 편입되는 것을 환영했으며, 그들은 모든 혜택을 누렸으나 의무와 책임은 무시했다”며 “모스크바, 테헤란, 평양에서 독재자들과 불량 국가들은 혼란과 불안정을 조장하면서 (서로) 제휴하고 급진적 테러 그룹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조기 휴전이 필요하다는 트럼프의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한 일은 용납할 수 없지만 이 전쟁은 끝나야 하며 전쟁이 끝나는 것을 보는 것이 미국의 공식 정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서도 “매우 중요한 동맹”이라고 부르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의 파나마 운하 재확보 주장과 관련해서는 “(파나마가) 운하를 넘겨받은 조건이 위반됐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고 의심한다”면서도 “파나마는 다른 많은 문제에서 훌륭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루비오는 청문회에서 공화 민주 양당 의원으로부터 초당적 지지와 환영을 받아 인준이 확실시 된다. 민주당 진 섀힌 의원은 개회사에서 루비오를 향해 “국무장관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AP통신은 “그가 트럼프의 내각 인선 중 가장 먼저 인준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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