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복귀하면서 대만 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나 미국의 방위 지원에 대해 수차례 불만을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의 한 방송사가 트럼프를 ‘중범죄자’로 지칭한 사실까지 드러나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대만 내에서 트럼프 집권으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가 긴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첫 집권 당시에는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79년 이후 대만 총통과 통화한 첫 사례였다. 이후에도 트럼프는 중국 정부의 반발에도 대만에 대한 미국 지원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라이칭더 총통은 당선 축하 전화를 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라이 총통이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총통부는 이를 부인했다. 대신 라이 총통은 트럼프 승리 축하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대만의 군사비 지출과 반도체 산업에 대해 수차례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구독자 1000만명 이상을 보유한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트럼프는 “대만은 우리의 칩 사업을 훔쳤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보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미국에서 9000마일 떨어져 있다”며 효과적인 방어가 가능할지 의구심을 드러낸 적도 있다.
대만은 이같은 미국의 압박에 수차례 국방비를 인상해왔다. 올해 기준 국방비는 GDP의 2.6% 수준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GDP의 10%까지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TSMC 등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두라는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첸밍치 전 대만 국가안전보장회의 수석 고문은 “대만 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과 동맹국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대만은 민주주의와 반도체에 중점 가치를 뒀다”며 “하지만 트럼프에게 민주주의는 초점이 되지 못하고 반도체는 이점에서 문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대처가 향후 대만 문제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지지해왔다. 이를 러시아·중국이란 위협에 대한 단결의 증거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전을 조기에 종결하겠다고 공약했다. 만약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급격하게 줄일 경우 대만 내 불안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위원회에서 중국 담당 국장을 지낸 라이언 하스는 “대만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처리 방식을 양안 위기 발생 시 중국에 어떻게 맞설지에 대한 예고편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 사이 관계 악화 가능성에 압박 태세를 갖추고 있다. 주펑리안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대만 사람들은 미국이 항상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며 대만이 언제든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만 내에서 공영방송 공공전시문화사업기금회(PTS)가 운영하는 영문 채널이 트럼프를 ‘중범죄자’로 지칭하며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연합보 등에 따르면 PTS가 운영하는 영문 채널 ‘타이완 플러스’의 한 기자는 대선이 진행 중인 6일 “미국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 사이에서 선택 중이고, 중범죄자 쪽으로 기울어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현재는 영상 등이 다 삭제됐다. 하지만 야권에선 ‘대만·미국 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위안 대만 문화부장도 “이 사건은 사실 상당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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