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전화 통화에 배석해 수화기까지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2기’의 실세임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던 중 머스크에게 수화기를 건네주었고, 젤렌스키는 머스크에게 통신 지원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고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통신망이 파괴되자 자신이 소유한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망 ‘스타링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왔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스타링크 위성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국가 정상 간 통화에 기업인이 배석하는 것은 드문 일로, 머스크는 같은 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통화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두고 “머스크가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놀라운 수준으로 축적했음을 보여준다”며 그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을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 슈퍼팩(외곽 후원 단체)에 최소 1억3200만 달러(약 1847억원)를 기부했으며, 그가 운영하는 엑스에서 트럼프를 극찬하며 트럼프의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지난 6일 대선 승리 연설에서 “이번 선거에는 새로운 스타가 있다. 그 이름은 머스크다. 훌륭한 인물”이라고 말하며 머스크를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추켜세웠다. 머스크는 차기 행정부에서 연방정부 비용 절감과 공무원 인력 감축을 목표로 하는 ‘정부효율성위원회’ 수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테슬라의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사흘 연속 급등하며 시가 총액이 1조 달러(약 1399조원)를 돌파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22년 4월 25일 이후 약 2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시장분석업체 CFRA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개릿 넬슨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테슬라와 머스크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른 최대 승자”라며 “트럼프의 승리가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 규제 승인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개인 재산도 3000억 달러(약 420조)를 돌파했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10일 기준 그의 재산은 3140억 달러로 집계됐다. 웨드부시 증권의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한 최고의 전략적 베팅 중 하나는 트럼프에 대한 베팅이었다”며 “머스크는 트럼프 논공행상의 가장 큰 승자”라고 평가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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