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요 교단 총회에서 리더십 교체가 진행됐습니다. 대부분 교단에서 지난해 목사부총회장을 지낸 이들이 총회장으로 추대됐습니다. 반면 같은 ‘부총회장’ 직함을 지닌 장로들은 한 회기만을 채우고 그 직책을 내려놓았습니다. 교단 내에서 장로가 맡는 역할이 주로 목사를 보조하는 역할로 자리 잡았지만, 총회 현장에서 이를 문제로 인식하는 이들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 차별적인 구조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한국 장로교회는 처음 외국 선교사들에 의해 복음이 전파되던 때부터 목사 중심으로 조직됐습니다. 민경배 웨이크신학교 석좌교수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장로교란 장로들이 교회를 다스리는 교단이라는 뜻”이라며 “선교사들이 신학교에서 목사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목사의 힘이 세졌고 한국교회만의 특별한 문화로 굳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본래 장로교 정치에서는 목사가 목회에 전념하고 교회 정치는 장로에게 맡기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장로교회의 기본 원리는 교회의 각종 치리회, 즉 당회, 노회, 총회를 통해 성도들이 선출한 장로들이 교회를 다스리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110년 가까운 한국 장로교 역사에서 장로가 교단 총회장을 맡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주요 교단 가운데는 1992년 제77회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에서 총회장에 당선된 한영제 장로 외에는 전으로도 후로도 없습니다. 이름이 장로교단인데 정작 장로들이 리더로 나아가는 데 일종의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요.
장로부총회장 제도 자체도 그리 역사가 길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장로교단이 2000년대 초중반 무렵 1년 임기 후 직책을 내려놓는 장로부총회장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제도 도입 전에는 장로의 교단 정치 참여가 더 어려웠습니다. 장로들은 이것조차 ‘감지덕지’ 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2007년 예장통합 교단지 한국기독공보에 게재된 ‘장로부총회장 제도를 신설하자’는 제목의 칼럼에서 당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칼럼을 쓴 목사는 “좀 더 시간이 흐르고 성숙해지면 (장로부총회장은 총회장이 될 수 없게 한) 제한조항을 없애고 목사와 장로가 노회와 총회에서 서로 협력하여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는 아름다운 날이 분명 올 것으로 믿는다”고 했지만, 아직 제한조항이 사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로부총회장을 지낸 이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장로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그들이 교단 내에서 실질적인 임무를 수행할 기회가 제한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일부 교단은 헌법이나 총회규칙에 장로부총회장에 관한 역할 및 임무 사항이 기재돼 있지 않습니다. 명예직이라는 뜻입니다. 예장합동 장로부총회장을 지낸 김영구 장로는 “이제 교단에서 장로부총회장이 할 일이 뭔지 알만하니까 회기가 끝났다”며 퇴임의 소회를 전했습니다. 윤한진 예장통합 장로부총회장도 “1년 후 다음 단계가 없다는 점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미국 장로교에서는 장로가 총회장에 선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2년 전 PCA(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 교단에서 로이 테일러(Roy Taylor) 장로를 총회장으로 선출했습니다. 2018년 PCUSA(Presbyterian Church USA) 교단에서도 빌마리 신트론 올리베리(Vilmarie Cintrón-Olivieri) 장로를 공동 총회장으로 선출한 바 있습니다. PCUSA 교단에서는 장로가 노회와 총회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면서 목사는 설교와 목회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해 교회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요 교단 장로부총회장을 역임한 A 장로는 또 다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A 장로는 “미국 총회장은 회의를 주재하는 역할에 그치지만 한국은 마치 가톨릭처럼 총회장이 교단 수장의 권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하며 “목사들이 장로들에게 총회장 자리를 열어주지 않는 것은 그 자리에 막대한 기득권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장로 총회장을 논하기에 앞서 한국 개신교의 권력 구조가 종교개혁의 정신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건 아닐런지요.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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