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구속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하라고 끊임없이 회유하고 압박했다”라고 2일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 검사 탄핵 소추 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재판에서 쌍방울에 도지사 방북비 대납을 요청한 것에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도지사의 방북 추진 협조 요청 내용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라며 입장을 일부 번복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회유와 압박으로 인해 허위 진술한 것이라는 주장이 담긴 옥중 자필 노트를 지난해 12월 공개했는데 이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발언 회유 정황을 묻는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에게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사건에서 아무런 혐의가 나오지 않자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체포한 뒤 방북비 대납 사건으로 본질을 바꿨다”라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어 “그 과정에서 검찰의 지속적이고 강압적인 회유와 압박이 계속됐다. 김 전 회장과 저를 포함한 사건 관계자가 두 달 정도 수원지검 1313호, 박상용 검사실 앞 ‘창고’라고 쓰인 공간에서 대질이라는 명분 아래 진술을 맞췄다. 그게 어느 정도 성안되면(안건이 만들어지면) 조서를 받았겠지만 워낙 허구 사실이라 조서의 얘기가 워낙 달랐기 때문에 다시 불러 (발언을) 맞추는 일이 계속됐다”라고 말했다.
이를 ‘진술 세미나’라고 표현한 이 전 부지사는 “그 과정에서 김 전 부회장이 갈비탕을 먹고 싶다면 갈비탕이, 짜장면을 먹고 싶다면 짜장면이, 연어를 먹고 싶다면 연어가 제공됐다. 이런 진술 세미나는 여러 차례 있었다. (사건 관계자들이) 출정했던 거의 모든 날 창고라는 공간에 모여 누가 사왔는지 모르는 외부 음식을 먹으며 이런 대화를 반복했다. (검찰은) 저를 끊임없이 회유하고 압박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과 정치 자금을 받고 대북 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6월 제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7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