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신한은행의 초고액 자산가 25명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가업과 직장에 대한 소개를 나눴다. 이들은 신한의 VIP 고객과 그 자녀를 위한 ‘넥스트 리더스 프로그램’ 참여자들. 첫 만남 이후 비슷한 상황에 공감대를 나누며 한강 요트 파티, 양궁 체험, 5성급 글램핑을 즐기며 꾸준히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가업을 위주로 이야기를 나눴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은 와인, 골프 등 주로 취미 활동으로 대화한다고 한다.
신한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회원간 유대감을 높이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통해 우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참여자들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 친숙한 주제로 대화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고 말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의 VIP 서비스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고객들의 맞선을 주선하거나 경영 수업을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VIP 고객의 성혼 서비스를 위해 이달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리은행의 자산관리 브랜드 ‘투체어스 익스클루시브’ 고객 100명에게 1년간 결혼 매칭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청한 고객의 성향·이성상 등을 기반으로 최적의 상대를 찾아준다. 전담 매니저를 배정하고 ‘맞선’을 위한 호텔 레스토랑 식사권까지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1년에 1번 ‘단체 맞선’을 주선한다. 매년 하나은행 프리미엄 자산관리 PB센터에 10명을 초청해 짝을 찾도록 돕는다. 우수 고객 자녀들을 1대1로 이어주는 자리는 수시로 만들고 있다. 지난 20년간 1700여명이 하나은행을 통해 선을 봤고 60쌍의 커플이 성사됐다.
최근에는 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미술품 전시가 트렌드다. KB국민은행은 프리미엄 PB센터에 김창열·김환기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대형 미디어아트를 전시하는 ‘아트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미술품 매입·매각 자문, 감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수업이나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국민은행은 우수 고객을 초청해 일일 요리 수업을 열거나 와인, 클래식 등 교양 강좌를 펼친다. 신한은행 역시 넥스트 리더스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전략, 승계, 세무 등 전문가 초청 강연을 선보이고 와인이나 이미지 메이킹 수업을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량 고객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며 “서비스 대상층을 좁히고 소규모 행사 등을 개최하면서 고객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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