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여성 탈의실에서 누수를 고치던 남성 시설 관리인을 성범죄자로 몰아 형사고소하고 인터넷에 비방글을 반복적으로 올린 현직 경찰 공무원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달 23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40대 이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관인 이씨는 2021년 9~10월 인터넷 카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수영장 직원이 작업을 핑계 삼아 탈의실에 무단침입해 여성 회원들의 알몸을 훔쳐봤다’는 등의 글을 185차례 게시해 수영장 직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수영장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2021년 9월 이씨는 수영장 탈의실에서 나체 상태로 해당 수영장 전기반장인 60대 남성 A씨를 마주쳤다. 당시 A씨는 여성 미화원들의 통제 아래 누수를 막기 위한 시설 보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영장 측이 이씨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사과했지만 그는 A씨가 ‘상습적 성범죄자’라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이어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성적 목적 공공장소침입 혐의로 경찰에도 고소했다. 경찰은 같은 달 A씨의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이씨는 이후로도 같은 글을 반복해서 올렸다.
1심 법원은 이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관으로서 차폐시설을 소홀히 하는 등의 피해자 측 잘못을 정당하게 시정하거나 항의할 방법을 잘 알고 있을 것임에도 형사고소를 하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피해 회사의 영업을 방해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 공무원이므로 경찰의 ‘혐의없음’ 결정을 받았으면 그 결정에 대해 항고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의 제기를 해 결정이 번복되기까지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계속해 공소사실과 같이 게시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것을 볼 때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된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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