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로 구약의 세계 안내하는 ‘여행가이드’가 제 평생의 역할”

Է:2024-08-29 17:41
:2024-08-29 18:41
ϱ
ũ

[저자와의 만남] ‘히브리어의 시간’(복있는사람) 저자 송민원 이스라엘성서연구원 교수

송민원 이스라엘성서연구원 교수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수길교회에서 ‘히브리어의 시간’ 출간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아멘’은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진 대표적 히브리어다. 기도나 설교 내용에 동의하거나 그렇게 되길 기원한다는 의미로 두루 쓰인다. 하지만 어원을 따져보면 그 뜻이 사뭇 달라진다. 아멘의 어원적 의미는 ‘흔들림이 없다’로 ‘그것은 확실합니다’로 해석하는 게 더 적확하다. 동의나 바람이 아닌 객관적 사실을 논할 때 쓰는 표현인 셈이다.

이처럼 히브리어의 어원을 명확히 밝혀 구약성경의 진의를 파헤치는 책이 최근 나왔다. 송민원(51) 이스라엘성서연구원(IIBS) 교수가 쓴 ‘히브리어의 시간’(복있는사람)이다. “성경 속 하나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히브리어 및 고대 이스라엘인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송 교수를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수길교회(송경부 목사)에서 만났다.

세계 곳곳의 유대인이 주 대상인 온라인 교육기관 IIBS와 성경과설교연구원에서 성경 원어와 구약학 등을 강의하는 그는 ‘고대 셈어파 능력자’다. 히브리어와 아카드어, 페니키아어 등 구사 가능한 고대 언어만 20개다. 송 교수는 “에돔어나 모압어 등은 발굴된 유적이 많지 않아 비문 몇 개만 읽어도 해당 언어 구사자가 된다”며 “히브리어와 아람어가 주력 언어”라고 웃었다.

그는 처음부터 고대 근동어에 뜻을 둔 건 아니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후 한신대 신학대학원과 미국 맥코믹신학교에서 구약학과 신약학으로 각각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시카고대 고대근동학과에서 비교셈어학과 문헌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송 교수는 “기독교 교리를 공부하다 보니 뒷배경에 신약이 있어 신약학을 택했는데 그 뒤에는 구약학이 있더라”며 “구약학을 공부하면서는 그 배경인 고대 근동 세계를 만났다”고 했다. 그의 20여년 학문 여정은 “해당 학문의 기원을 찾는 일”에 천착한 결과다.

10세기 히브리어 성경의 필사본에 그려진 삽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책도 구약성경 속 주요 히브리어의 근원과 이에 반영된 히브리적 사고를 밝히는 순으로 전개된다. 형용사로 ‘늙은’이고 명사로는 ‘장로’로 해석하는 ‘자켄’을 들어 고대 이스라엘인의 ‘과거지향적 세계관’을 풀어내는 식이다. 현대인과 달리 과거는 앞에, 미래는 뒤에 놓여있다고 상정했다. 현대인은 ‘영원’(永遠)이란 단어에서 보통 먼 미래를 떠올리지만 고대 이스라엘인은 그 반대다. 같은 뜻으로 해석하는 히브리어 ‘올람’의 어원에 ‘태곳적’이란 의미가 있는 이유다. 이런 세계관에서 나이 든 장로는 지혜의 화신 그 자체다. 세월이 쌓인 노인은 젊은 세대보다 ‘앞선 존재’이자 ‘더 지혜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의 ‘늙음’(자켄)이 곧 ‘하나님의 복’이라는 창세기 24장 1절은 이런 맥락에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문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히브리어의 특성상 시대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도 나온다. ‘그리고’ ‘그러나’로 해석되는 접속사 ‘바브’가 들어간 아가서 1장 5절이 전형적 사례다. 그간 이 본문은 바브를 ‘그러나’로 해석해 “내가 비록 검으나 아름다우니”(개역개정)로 번역됐다. 이 때문에 뒤이어 나오는 유목민의 ‘게달의 장막’과 ‘솔로몬의 휘장’도 자연스레 대립 구도로 해석됐다. 그렇지만 원어는 ‘게달의 장막처럼, 솔로몬의 휘장처럼’으로 기록됐다. ‘검으나 아름다우니’보다 ‘검고 아름답다’가 본뜻에 가까운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송 교수는 “이 히브리어 원문은 영원히 변하지 않지만 이를 보는 인간의 시각은 바뀐다”며 “인간이 변하면 성경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책을 읽다 보면 ‘기존 성경은 오류가 많구나’란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개역개정판 성경은 원문을 제대로 살린 뛰어난 번역”이라고 단언했다. “개역개정판이 가장 권위 있는 해석이기에 이를 기반으로 질문을 제기하고 원어의 의미를 풀어냈다”는 것이다.


조만간 ‘히브리어의 시간Ⅱ’ 출간을 앞둔 송 교수는 현재 고대 근동 세계를 다루는 책을 집필 중이다. 원어 기반으로 성경을 현대인이 읽기 쉽게 번역하는 ‘더 바이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그는 “원어로 성경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여행 가이드’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Ŀ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