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과 관련해 “나는 모든 나토 국가가 반드시 3%를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2%는 세기의 도둑질”이라고 말했다. 현재 나토 방위비 기준은 GDP 대비 2%다. 지난달 기준으로 회원국 32개국 중 20개국 정도가 기준을 충족시킬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기준을 더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국가방위군협회(NGAUS) 총회 연설에서 3% 지출을 주장하며 “이는 대부분의 나토 국가가 약 30% 정도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나토 국가들이 GDP의 2%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군에 지출했다며 “나는 동맹국이 제 몫을 하도록 만들겠다. 그들은 공정한 분담을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은 우리보다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훨씬 더 걱정해야 하는데 우리가 1500억달러를 더 지출했다”며 “왜 우리가 1500억달러를 더 써야 하느냐. 왜 그들은 (미국과) 동등하게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현재 NATO 회원국 중 GDP 대비 3%를 넘는 국가는 폴란드(4.3%), 미국(3.3%), 그리스(3.1%) 등 3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유세 당시에도 나토 회원국이 방위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나토의 방위비 인상을 수치까지 거론하며 압박하면서 그가 재집권할 경우 한국 등 다른 동맹국에 대한 비용 분담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지난 4월 말 타임지 인터뷰에서 한국을 두고 “매우 부유한 나라”라며 “위험한 곳에 4만명(실제로는 2만8000여명)의 주한 미군이 있다.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현재 한·미 양국은 내년 말 만료되는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을 새로 체결하기 위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도 맹비난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 3주년을 거론, “해리스와 바이든이 일으킨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굴욕은 전 세계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와 존경의 붕괴를 촉발했다”며 “그 결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하마스도)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2021년 8월 26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던 중 카불 공항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하면서 미군 13명이 숨졌다.
트럼프는 또 “대통령에 당선되면 내가 집무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끔찍한 전쟁을 해결할 것”이라며 “나는 여러분이 거기로 파견되길 원치 않는다. 나는 3차 세계대전을 막을 것이며 이는 여러분의 배우자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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