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보다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며 준비된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아름다운 이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연명치료 중단을 안락사의 하나로 보는 것은 오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호스피스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최화숙 은혜와사랑의교회 목사는 최근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홍순철)가 개최한 ‘성산 7월 콜로키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최 목사는 17년간 특수임종병원(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며 수백 명의 임종을 지켜봤다. 그는 아름다운 죽음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언했다.
노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기체의 세포, 조직 또는 유기체 전체에 일어나는 점진적 변화로, 몸의 각 기능이 최대치로 성장한 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쇠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병사는 나이와 상관없이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다. 어떤 치료를 해도 더 이상의 완치 가능성이 없고 잔여 수명이 6개월 이내로 예측되는 환자와 가족은 ‘호스피스 완화’의 치료 대상이 된다.
최 목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호스피스 완화 의료가 최선의 대안으로 천명한 바 있다”며 “말기 상태일 경우 지금까지 해오던 연명의료 대신 불편한 증상을 조절해주고 전인적 돌봄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시기에는 완치를 위한 치료 및 생명 연장 치료가 별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문서로 작성하고 등록할 수 있게 돼 있으며 관련 법률(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그러면서 “사실 말기 환자에게 연명의료 중단은 호스피스 완화의료로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필요한 절차”라면서 “연명의료는 호스피스에 의뢰될 무렵부터 중단돼야 하며 세부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의사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완치를 위한 용량의 항암제 투여나 인공호흡기 착용 같은 연명치료는 중단하고 통증 조절과 함께 증상 조절을 위한 용량의 항암제 투여나 방사선 치료, 혈액 투석 등 환자 상태에 따라 꼭 필요한 검사와 처치만 하는 방식이다.
연명치료 중단이 안락사라는 인식에 오해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 목사는 “이런 오해 때문에 안락사를 허용해주는 쪽으로 법안을 수정하려는 발의가 있었다”며 “이는 환자 상태에 따라, 환자와 가족의 동의로 담당 의사가 결정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의사의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이 법의 취지에서 어긋나는 것”이라고 짚었다.
누구나 인생을 마무리하는 죽음의 시점에 아름다운 죽음을 맞길 원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죽음을 맞이하는 건 아니다. 최 목사는 말기 상태에서 바로 호스피스로 전환하지 못하고 혼란 가운데 방황하거나 아쉬운 마음에 연명치료를 하다 임종 과정이 시작돼서야 호스피스로 오는 환우들을 많이 보며 안타까웠다.
그는 “말기 환자가 호스피스에서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적어도 1개월 이상의 수명이 남아 있어야 가능하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며 “환자와 보호자가 말기 통고를 받았을 때 조금이라도 일찍 호스피스로 전환하면,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가족과 더 아름다운 이별을 경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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