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청암글로벌센터(청암센터)에 들어서자 벽면 여기저기 중국어가 적혀있다. 10일 청암센터에서 만난 중국인 유학생 왕동(가명·26)씨는 매주 진행하는 성경 공부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성경 모임과 교회 출석을 빼놓지 않는 왕동씨는 6년 전 한국에 유학 오기 전만 하더라도 “신이 어딨느냐”고 외치던 완전한 무신론자였다.
그는 “중국은 학생들에게 어릴 때부터 무신론을 가르친다. 기독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으며 한국에 와서 예수님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왕동씨가 청암센터에서 2년을 보내면서 수련회 중 예수를 영접하고 세례를 받았다. 얼마 전 중국 집에 다녀온 그는 집 근처 삼자교회와 가정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그는 “중국은 여전히 기독교 활동에 제약이 많다. 그럼에도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고 싶다”며 “중국에 돌아가면 가족들에게 예수님을 전할 것이다”라고 고백했다.
청암센터는 중국에서 선교하다 추방된 후 명지대 교수로 있는 박주안(가명) 목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박 목사는 기독동아리인 ‘명지원’에서 유학생들과 접촉하며 사역을 시작했다. 명지원 인원이 많아지자 박 목사의 유학생 사역에 감동한 미국 한인교회가 청암센터를 위해 헌금하며 청암센터가 세워졌다. 이곳이 선교 센터로 설립됐지만 청암센터에서 활동하는 학생 20~25명 중 신앙을 가진 학생은 5명에 불과하다. 성경공부 모임에 참여하는 학생 3명 중 2명은 중국에서 기독교를 들어본 적 없는 학생이다.
기독교에 대해 알지도 못한 이들이 어떻게 선교센터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일까. 성경공부 참여한 중국인 유학생들은 “기독교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인 유학생 장우석(가명·21)씨는 “중국은 기독교를 접할 기회가 적다. 기독교를 알아갈 기회라고 생각해 참석한다”며 “신앙은 없지만 예수님이 누구인지, 기독교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있다”고 했다. 명지대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이성혜(가명·23)씨 역시 “또래들과 성경을 읽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것이 재밌다”며 “예수님에 대해 전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는 것이 의미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성경에 대한 호기심과 또래 친구를 사귀기 위한 목적으로 청암센터에 발을 들였지만 이곳에서 꾸준히 말씀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영적 경험을 하기도 한다. 왕동씨가 기독교·성경에 대한 호기심으로 성경공부 모임을 시작하다 신앙을 갖게 된 경우다.
이날 진행된 성경공부 모임에는 ‘예수님의 유일성’을 주제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각자의 삶에서 예수님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주고받았다. 성경 모임에 참여한 학생들은 돌아가면서 말씀을 읽고 기도 제목을 나눴다.
박 목사는 “유학생 복음화 원칙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며 “오랜 시간 무신론을 배워왔던 중국 학생들이 신앙을 바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들이 그리스도를 삶에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인=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