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굳게 닫힌 성지의 문도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관광지로만 알려져 있던 그리스와 튀르키예 등지에 흩어져 있는 바울 선교 여행지, ‘바울 로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여행경보 3단계인 ‘출국 권고’ 지역이 유지되고 있으며 가자 지구는 4단계인 여행금지 지역이다. 이미 성지순례 예약이 모두 취소됐고 교회들도 연기하거나 잠정 취소하고 전쟁 진행 상황을 살피고 있다.
‘바울 로드’가 열렸다
예루살렘을 품고 있는 이스라엘 문이 닫히면서 새롭게 열린 성지가 바로 지중해 연안에 흩어져 있는 바울의 선교 여행지다.
바울은 AD47~5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튀르키예·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까지 선교여행을 하며 이방인에게 최초로 복음을 전했다. 이스라엘에서 태동한 기독교가 유럽으로 전해진 건 모두 바울의 선교여행 덕분이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후 목회자와 성지 전문가를 중심으로 ‘바울 로드’를 순례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하나둘 늘고 있는 이유다.
이강근 예루살렘 유대학연구소장은 9일 “이스라엘 성지가 막히자 일종의 ‘풍선 효과’로 성지순례 수요가 바울의 선교 여행지로 옮겨지고 있다”면서 “최소 6개월 동안 국적기의 이스라엘 취항이 재개하는 게 어려우므로 안전한 이스라엘 방문은 꽤 긴 기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하지만 그동안 관광지로만 알려져 있던 그리스와 튀르키예 등 바울 선교 여행지가 새로운 성지순례 여정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 “실제 현장을 답사했는데 성지순례 코스로 충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 텔아비브 직항편을 운행하던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운항을 중단한 뒤 현재까지 재개하지 않고 있다. 운항 재개까지 아무리 빨라도 6개월 이상 필요할 거라는 전망은 보통 재개 결정이 나더라도 실제 운항까지 3개월 이상 소요되는 걸 고려한 예측이다.
새 은혜 가득한 바울의 흔적
최근 박요한 연동교회(김주용 목사) 부목사는 몇몇 목회자와 함께 이탈리아와 몰타, 그리스에 있는 바울의 흔적을 답사했다. 이곳에는 시칠리아(수라구사) 몰타(멜리데) 아테나(아덴) 레스보스(미둘레네) 크레테(그레데)섬 등 적지 않은 바울 성지가 흩어져 있다.
박요한 목사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스라엘을 갈 수 없어 대안 성지순례로 바울 로드 답사를 했는데 방문하는 곳곳에서 성경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이스라엘 문이 열리더라도 바울 선교지를 답사하는 새로운 순례 프로그램이 새롭게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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