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끼리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다가 살인 등 강력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지난 10년간 55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지난 7일 KBS에서 방영된 ‘더 보다’는 소음 살인을 다뤘다. 2014년 이후 층간소음을 계기로 발생한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사건은 55건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에도 경남 사천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피해를 주장하던 윗집 남성이 아랫집에 살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의 남편인 정해용씨는 ‘더 보다’에 출연해 아내가 끔찍한 일을 당했던 날을 떠올렸다. 그는 “(내가) 건설 현장 일을 하다 보니까 아침에 좀 일찍 나간다. 안전화를 신고 성인이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소리가 나기 마련인데 한 번 (아랫집 남성이) 나한테 ‘계단을 소리 안 나게 다니라’고 했다”며 “‘웬만하면 조용히 다닐게요’라고 답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항의는 계속됐다. 한 번은 정씨가 차 열쇠를 집에 놔두고 나가는 바람에 다시 가지러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러자 아랫집 남성은 문을 열고 ‘왜 이리 왔다 갔다 하는데!’라며 소리를 쳤다. 정씨는 “죄송하다고 했다. 차 키를 보이면서 화해를 하는 식으로 얘기하니까 (남성도) 할 말이 없어서 문을 쾅 닫고 가더라”며 “그래서 속으로 ‘이 사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후 부부는 월세 계약이 끝나는 대로 이사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건은 이사를 약 4개월 앞두고 벌어졌다. 아래층 남성은 복도에서 만난 정씨 아내와 소음 문제로 언쟁하다가 흉기를 휘둘렀다. 정씨는 “이 사람이 성격이 괴팍하고 신경이 예민하다고 생각했지 이런 일에 사람을 죽이는 게 어딨습니까, 세상에”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4월에도 한 아파트에서 아래층에 살던 남성이 층간 소음 항의 끝에 위층으로 올라와 현관문에 발길질하고, 소주병을 집어던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 남성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접근금지명령과 벌금 5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55건의 소음 살인 사건은 3개월 이상 갈등이 이어진 경우가 72%였다. 하지만 판결문에는 피해자가 유발한 소음이 심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상당수 포함됐다. 이에 대해 차상곤 공동주택생활소음관리협회장은 “소음이란 주관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에서 위험 신호를 인지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층간소음의 94%는 반복 신고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신고가 반복된다면 범죄 위험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해 관리할 수 있다.
범행 장소의 45%는 오피스텔, 원룸, 고시원 등이었다. 이러한 건물은 아파트, 다세대주택보다 층간소음, 벽간 소음에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소음 규제 상담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공지를 보면 ‘공동주택에 해당하지 않는 원룸, 단독주택, 오피스텔, 상가 등은 층간소음 전문기관의 업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건물도 지자체가 나서서 소음 관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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