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길이라면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을 유목민이라고 칭하며 유튜브 채널 ‘유목민 이야기’를 통해 한국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유승현(40) 목사의 말이다.
유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목회학 석사(M.Div)를 졸업하고 현재는 석사 과정(M.A.)을 밟고 있는 목회자다.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에서 부목사로 활동했던 그는 2022년 교회를 사임하고 이듬해 곧바로 1년간의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아내와 자신이 십여년간 사역과 직장생활을 통해 모은 전 재산을 털어 여비를 마련했다.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대부분이 교회와 선교지, 기독교 명소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유 목사는 이 여행이 단순히 개인적인 신앙 여정을 넘어, 한국교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인 사명이라고 했다.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유 목사를 만나 ‘유목민의 삶’을 택한 이유와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어려움 속에서 얻은 값진 교훈
유 목사는 361일간의 세계여행을 통해 오세아니아와 아메리카 대륙의 교회 21곳과 페루 볼리비아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 등 선교지 7곳을 탐방했다. 미국 교회 탐방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유 목사는 “미국 교회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지 직접 보고 배울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교회는 한국보다 앞서 급격한 세속화와 교인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추구하고 있고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유 목사의 설명이다.
미국 교회를 들여다보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여행 출발 전 이메일을 통해 40여개의 미국 교회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대부분 교회는 탐방을 허락하지 않았다. 답변을 보낸 곳은 1곳에 불과했다. 총기사고 등의 위험성 때문에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유 목사의 분석이다. 그러던 중 새들백교회에서 사역 중인 한인 1.5세 목사의 도움으로 길이 열렸다. 해당 목회자가 보증을 서준 덕분에 교회들이 탐방을 허락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직접 목격한 교회들의 모습은 유 목사에게 적지 않은 영감을 줬다. 특히 위기에 대한 교회들의 도전과 새로운 시도들은 ‘유목민 이야기’ 채널의 주요 콘텐츠가 됐다. 유 목사의 미국 탐방 영상 가운데 가장 높은 조회 수를 올린 건 오클라호마의 ‘라이프처치’를 소개하는 콘텐츠다. 미국 초교파 교회의 약진을 소개한 영상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탄자니아의 기적
유 목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체험한 일화를 소개했다. 최근 채널에 탄자니아 마사이 부족을 섬기는 김만호 선교사의 이야기를 올렸는데 조회 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영상에 소개된 김 선교사는 2005년부터 18년간 선교사역을 수행한 후 아내의 투병으로 현재는 한국에 머물고 있다. 김 선교사 내외는 고국에서도 탄자니아를 그리워하며 미완의 선교 프로젝트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 내용은 4회에 걸쳐 소개됐는데 놀랍게도 이 영상을 통해 후원자가 나타났다. 후원자는 선교 프로젝트에 필요한 재정의 40%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목사는 “이 소식을 듣고 감동을 하여 눈물이 났다”며 “김 선교사의 상황에 대해 정작 나는 비관적인 생각을 품었는데 하나님은 그렇지 않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사역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확신으로 바뀐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유목민 이야기 채널은 개설 1년 만에 구독자 8400명을 돌파했다. 유 목사는 “개인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하며 여행을 마치기 전에 구독자 1000명과 시청 시간 4000시간을 넘겨 광고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였다”며 “그런데 그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여행을 마쳤을 때 구독자가 대략 500명 남짓이었다”며 “감사하게도 영상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긴 영상 클립이 쌓이면서 구독자가 크게 늘었고 지난 4월부터 수익도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유 목사는 “앞으로 채널을 통한 수입이 많아지더라도 전액 NMCP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MCP는 Next Generation(다음세대), Mission(선교), Church Planting(교회개척), Pastor(목회자)의 약자다. 이 중에서도 ‘목사를 위한 목사’의 비전을 소개했다. 그는 “평생 농촌에서 목회하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작은 교회와 농어촌 교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다”며 “힘이 없는 교회가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교회를 탐방하면서 한국교회 부교역자들에게는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목사 중심의 목회 구조가 담임목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을 하게 만들었고, 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교역자의 처우 개선부터, 영역별 전문사역자가 평생 한 분야에서 헌신하며 사역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도록 돕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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