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에서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30대 여성에게 최대 700명의 이복형제가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과거 정자 기증 관련 규제와 관리 체계가 허술했던 탓에 빚어진 일이다. 이 경우 ‘배 다른 형제·자매’끼리 의도치 않게 연애나 결혼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주 ABC방송 등 현지 언론은 4일 기증받은 정자를 통해 태어난 캐서린 도슨(34)이라는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도슨은 2015년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가족들을 위한 행사에 참여했다가 자신과 매우 닮은 여성을 만났다. 하지만 정자 기증자에게 부여한 고유번호인 기증자 코드가 일치하지 않았다.
1년 뒤 도슨은 자신의 DNA를 사이트에 업로드해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행사에서 만났던 여성과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됐다. 1년 뒤엔 또 다른 이복자매가 나타났다. 세 명의 여성은 각자 다른 기증자 코드를 갖고 있었지만 DNA가 일치했다.
도슨은 불완전한 심사 절차 때문에 기증자가 여러 이름으로 최소 6년 동안 정자 기증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기증자는 6개 불임 클리닉과 4개 병원에서 가명을 사용해 정자 기증을 했다”고 말했다.
도슨은 국내외에서 56명의 이복형제를 찾은 상태다. 그는 “최대 700명의 이복형제가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1970, 80년대에는 정자를 기부할 때마다 10호주달러를 지급했다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정자를 여러 번 기증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린 콜슨 바 박사는 보고서에서 “한 남성의 정자 기증 횟수에 대한 기록이 명확하지 않아 그가 수백 명의 아이를 둔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불임 치료에서 정자가 반복적으로 사용돼 태어난 사람들이 의도치 않게 혈연관계나 성적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정자 기증물의 잘못된 배치, 이식 중 잘못된 배아 사용, 잘못된 기증자의 정자와 난자의 혼합 등의 문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호주는 주 정부를 중심으로 정자 샘플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퀸즐랜드주는 정자 기증자가 밝힌 신원이 실제와 다를 수 있는 경우가 42%로 나타난 최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이전 냉동된 정액 샘플 수천개를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한 사람의 정자를 사용할 수 있는 횟수도 제한했다. 주 정부 차원에서 기증자를 관리하는 정보 등록소를 설립하는 법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김효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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