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후보 TV 토론의 영향이 국내 증시에 닿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첫 대선 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패하면서 이튿날인 28일 뉴욕증시에서 친환경 에너지 기업 주가가 크게 하락했는데, 1일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주들이 약세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친환경 에너지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SK디앤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부가 인적 분할돼 상장된 SK이터닉스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6.38% 내린 1만966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풍력 발전 시설 제조업체 씨에스윈드(-6.16%)와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한화솔루션(-3.99%) 해상 풍력 설비 제조업체 SK오션플랜트(-2.49%)도 하락했다.
친환경 에너지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분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임기 시작 직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바 있다. 그는 화석연료 생산을 촉진해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첫날 보란 듯 파리 협정에 복귀했다.
지난달 27일 대선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후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에 반영됐다. 뉴욕증시에서도 지난달 28일 선노바 에너지 인터내셔널(-14.29%)과 퍼스트솔라(-9.79%) 등 친환경 에너지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친환경 에너지와 헬스케어 서비스, 인프라 관련주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빅테크 기업과 방산, 전통 에너지, 부동산 업종이 강세일 것으로 전망됐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해 중국 비중이 높은 기업은 업종과 무관하게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대선 제도 특성상 지지율과 당선 가능성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 당분간 수혜 산업군의 주가 방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7~8월 전당대회를 거치고 9월 10일 예정된 2차 TV토론을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TV토론 이후 커진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은 증시의 상승 압력을 누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후보 교체 요구가 커지면 민주당의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달러 강세 압력을 높이고 위험자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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